<미래포럼>통신장치시장의 변화

◆최두환 네오웨이브 대표이사

 최근 들어 통신장비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비정상적으로 형성된 시장가격이 통신장비업체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다. 당연히 업체들은 수익문제로 아우성이다.

 시장 변화의 가장 큰 요인은 음성과 데이터의 통합이다. 둘 사이의 관계도 예전에는 음성이 주, 데이터가 부였으나 이제는 그 역할이 서로 바뀌고 있으며 이런 과도기적 현상이 현재의 시장 상황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동안 통신장비를 설계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사항은 장비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품질과 신뢰성이다. 예를 들어 96명의 가입자 이상이 한 선로나 카드에 수용되면 당연히 이중화됐다. 한 가입자카드에 6명의 가입자 이상을 실는 것을 억제해 카드 불량에 따른 가입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그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99.999%의 신성을 갖도록 통신장비가 설계됐다. 이것은 복잡한 시스템 전체의 고장을 일년에 몇 분 이하만 허용하는 수준이다. 따라서 거의 모든 사람이 전화 고장을 느끼지 못고 있으며 전화는 고장나면 안되는 것으로 여기고 있다.

 반면 데이터통신은 어떤가. 대다수 사람이 컴퓨터나 데이터통신을 이용할 때 고장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컴퓨터는 가끔씩 죽고, 통신은 끊어지기도 하고, 속도가 느려도 그러려니 생각한다. 전화가 잘못되면 펄쩍 뛰는 사람들도 데이터통신의 잘못은 당연시한다. 그 이유는 아직까지 우리가 음성을 주로 여기고 데이터를 부로 여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데이터통신 장비를 설계할 때 기존의 음성통신에서 요구되는 높은 수준의 품질과 신뢰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 가끔씩 생기는 고장을 당연하다고 여기니 이중화를 외면하고 한 가입자카드에 많은 가입자를 실는 것이다. 이렇게 품질과 신뢰성을 희생하면서 얻어낸 것이 데이터통신 장비의 저렴한 가격이다.

 또 품질 및 신뢰성 외에도 기존 통신장비에서 요구되는 것처럼 완전한 표준을 요구하지 않고 다른 망과의 연동 및 운용·유지보수의 요구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이 분야의 기술 발전이 빠르게 일어나며 신규 분야로의 양적 팽창이 크다는 것도 가격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따라서 복잡한 표준에 맞추기보다는 제품을 빨리 개발, 선행표준을 이끌면서 시장 주도권를 잡는게 중요했고 양적 팽창에 따라 양산화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통신장비 시장은 음성과 데이터의 통합으로 인해 그 대부분의 수요가 데이터 쪽으로 옮겨가고 있으며 장비 시장도 이런 데이터통신 장비 가격하락의 물결을 타고 있다. 덧붙여 최근 인터넷 마케팅의 ‘Increasing Return’ 개념이 통신서비스 시장에도 도입돼, 더 많은 가입자 확보가 실익이 있든 없든 최우선 사항이 됐다. 이 때문에 장비에도 품질과 신뢰성이 아닌 낮은 가격이 최우선이 됐으며 당분간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면 언제쯤 이런 가격하락 추세가 반전될 수 있을까. 이것은 먼저 음성이 아닌 데이터가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기 시작하고, 또 단순가입자보다는 수익을 창출하는 가입자수가 중요시되기 시작할 때부터일 것이다.

 최근 북미의 추세는 CLEC의 도산에서 보듯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단순가입자수 증가는 오히려 사업자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에 수익을 창출해주는 주요 고객에게 품질과 신뢰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데이터가 주요 서비스가 되는 것도 머지않았다. 예를 들어 사이버 증권거래가 24시간 허용되면 데이터통신이 바로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으며 그때부터는 데이터통신의 품질과 신뢰성이 중요하게 대두될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요인으로 현재의 가격하락 추세가 당분간 지속되나 품질과 신뢰성에 바탕을 둔 통신장비가 제 가격을 받는 날이 머지않았다. 따라서 장비업체들은 기술 발전에 따른 가격경쟁력 확보에 매진해야 하며 이런 업체들만이 조만간 이뤄질 가격반등에서 보다 큰 수익을 얻을 것이다.

dchoi@neowa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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