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의 설립자 고든 무어는 지난 65년 창업과 함께 반도체 칩 안에 들어가는 트랜지스터의 수가 18개월마다 2배가 될 것이라는 이른바 ‘무어의 법칙’을 주장했다.
이 법칙이 나노시대에도 맞아떨어진다면 2010년께는 반도체 소자의 크기가 현재 100나노미터에서 20∼30나노미터에 이르게 될 전망이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이론적으로 실리콘박막의 두께가 10나노미터 이하로 얇아지면 전자의 흐름의 통제할 수 없는 양자현상이 나타나게 된다고 밝히고 있어 무어의 법칙이 그대로 적용될지는 미지수다.
따라서 이 단계에 이르면 칩의 집적화로 열의 발산문제, 미세 산화현상, 도핑 비균질성 등 기술적 난관에 부딪혀 0과 1을 구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양자컴퓨터다.
보통의 컴퓨터는 흔히 전류나 전압의 고저로서 나타내는 0과 1의 비트라는 단위로 정보를 저장한다.
하지만 양자컴퓨터는 큐비트(qubit:quntum bit)라는 스위치를 통해 0과 1을 동시에 작동시킬 수 있다.
즉 하나의 스위치로 두개의 계산이 가능하게 된다. 만약 2개의 큐비트라면 한번에 4가지 계산을, 3개의 큐비트라면 8개의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다.
원자 하나를 스위치로 이용할 경우 ‘스핀’이라 불리는 원자의 자극(磁極)이 위를 가리킬 때 0, 아래를 가리킬 때 1을 설정하면 된다.
큐비트로 쓰일 분자를 자기장에 넣고 그들을 전파로 조작하면 스핀의 상태에 관한 신호를 얻을 수 있다.
이같은 원리를 이용해 미국 IBM 알마덴연구소는 지난해 5개 원자가 마이크로프로세서와 메모리 역할을 수행하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컴퓨터는 원자와 분자를 기본요소로 전자나 원자핵의 회전 이외에 동시에 다른 방향으로 회전할 수 있는 양자의 독특한 특성을 기반으로 연산을 수행한다.
양자컴퓨터가 등장할 경우 기존 슈퍼컴퓨터가 1년 걸리던 복잡한 계산을 1초 이내에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56비트로 되어있는 비밀 암호키를 무작위로 찾아낼 때 기존의 컴퓨터로는 1000년이 걸리지만 양자전산의 알고리듬을 이용하면 4분만에 가능하다. 또한 양자컴퓨터는 그 자체가 양자역학계이므로 기존의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양자역학계의 모의계산에 이용될 수 있고, 이는 신물질 합성이나 신약개발에 걸리는 시간과 돈을 현저히 줄일 수 있다.
그러면 언제쯤이면 양자컴퓨터의 출현이 가능할까.
양자컴퓨터는 이론상으로는 실현가능하지만 아직 많은 걸림돌이 있다. 양자컴퓨터의 연산은 작은 원자 규모 시스템내의 ‘힐버트 스페이스’라는 수학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양자계산은 초기의 잘 정의된 상태에서 복잡한 마지막상태까지의 궤적을 알아내야 하는데 그런 궤적을 계속 추적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
또 양자컴퓨터가 외부 노이즈에 의해 생기는 ‘섭동’에 대단히 민감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연산상의 궤적을 이탈시키게 만들며 양자계산의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된다. 따라서 큐비트 중의 하나가 망가질 가능성을 보정하는 알고리듬 개발이 우선되어야 한다.
서울대 지동표 교수(수학과)는 “양자컴퓨터의 이론적인 토대는 정립되고 있지만 양자의 상태를 유지시키거나 작업을 수행하는 데 아직 걸림돌이 많다”며 “많은 기술적인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에 20년 후면 실용화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권상희기자 shkwon@etnews.co.kr>
양자컴퓨터 관련 사이트
해외
로스 알모스연구소 http://qso.lanl.gov/qc
IBM알마덴연구소 http://www.almaden.ibm.com
옥스포드 큐비트 그룹 http://www.qubit.org
국내
한국과학기술원 광양자정보과학 연구팀 http://qubit.kaist.ac.kr
서울시립대부설 양자정보처리연구단 http://iquips.uos.ac.kr
포항공대 스핀물성연구센터 http://essc.postech.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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