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인에이블 김웅겸 사장 wkkim@ventureenable.co.kr
빠르게 변화하는 21세기 경영환경에서 기업이라는 경제주체는 창업 초기 특정사업이나 비즈니스 모델로 규정짓기에는 너무나 많은 문제가 따른다. 경영전략은 시장환경에 맞게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그런 시대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낙오하게 된다.
최근에는 6개월후의 경영환경과 기술변화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경영의 전문가도 아닌 벤처기업가들이 비즈니스 모델을 확정하고 중장기 사업계획을 설정하는 것 자체가 근본적으로 무리수다.
기업의 역사가 5년도 안된 상태에서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투자를 유치한다는 자체가 엄청난 모험이고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투기인 셈이다.
기업은 6개월이 멀다하고 경영전략을 보완하며 새로운 분야와 끊임없이 제휴, 변신을 거듭해야 하는데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자원의 상당부분을 할애하고 심지어는 IPO를 준비하면서 경영활동의 제약을 받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모든 경영전략의 목표를 IPO에 두고 다른 부분을 꿰어 맞추다 보니 기업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만 것이다.
특히 벤처는 무엇보다 사람이 중요하기 때문에 경영능력과 자질을 갖춘 전문 CEO가 절실하다. 그러나 벤처경영가의 대부분은 이공계 출신의 엔지니어로 「기술」과 「아이디어」만으로 창업하는 전문인력이 중심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IPO라는 지극히 금융중심적인 업무에 6개월이상 장기간 매달리다 보면 고유분야에 소홀하게 되고 경쟁력 약화는 명약관화하다.
코스닥상장이 인간의 삶에 있어 결혼이라고 비유한다면, 결혼이 연애의 끝이 아닌 것처럼 벤처의 끝도 IPO가 아니다. 결혼해서 살면서 기쁜 일, 힘든 일을 경험하며 사람은 성장한다. 그것처럼 벤처 역시 IPO를 한걸음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할 기회로 삼아야 한다.
벤처기업 성장과 경제활성화 차원에서 코스닥활성화를 위한 각 관련분야에서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토론도 하곤 한다.
하지만 인위적인 부양책은 또다른 문제를 잉태할 뿐이다. 장세가 안좋은 상황에서 인위적인 지원이 이뤄진다고 근본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실망감만 깊어진다.
기술적으로 기적이 가능한 시대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순환적인 본질이 변화되는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경쟁력없는 기업들이 코스닥에 과도하게 포장돼 상장되고, 곧이어 줄줄이 폭락하는 현 상황에서 누구를 탓하겠는가.
현재 벤처위기는 그동안 부실했던 벤처를 가려내기 위한 시기이며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시켜야 하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이 기회에 썩은 부분은 말끔하게 도려내서 다시는 썩는 부위가 없도록 해야 한다. 진정한 벤처정신으로 무장되지 않은 사이비 벤처경영가들을 솎아내어 다시 거품이 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 여전히 벤처창업은 줄지 않아서 월간 500여개가 된다고 한다. 힘든 시기라고 해도 모험을 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창업을 한다.
이런 상황에서 벤처경영가들은 벤처의 진정한 모습인 모험정신·미래정신을 찾아야 한다. 이런 벤처정신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투자자들이 더욱 전문적인 가치평가와 장기적 안목으로 투자해서 건실한 벤처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수없이 생기는 벤처기업수와 코스닥에 상장되는 수를 비교해 봐도 IPO만을 경영의 최우선 목적으로 두는 것은 도태의 위험성을 자초하는 꼴이다.
벤처를 포함한 중소기업들이 우리나라 경제의 뿌리라고 할 때, IPO만이 목적이 아니라 고수익·고배당으로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거나 적극적인 M&A를 통해 기업성장을 도모할 때다. IPO의 환상에 너무 젖지 말고 다양한 비즈니스 성장모델을 추구하며 관련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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