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요금체계가 기본료는 인상되고 통화료는 인하하는 방식으로 재조정된다고 한다. 정부가 다음달 중 최종안을 내놓기로 한 유선통신요금구조 조정계획에 따르면 시내전화의 경우 통화료는 30% 정도 내리지만 모든 가입자에게 부과되는 기본요금은 현행 2500원 기준에서 3000원 이상으로 오를 전망이다.
시외전화 역시 2대역의 경우 현행 47초당 45원에서 30초당 32원으로, 3대역은 33초당 45원에서 30초당 42원으로 각각 인상한다는 것이다. 또한 장차 2대역요금은 인상하고 3대역요금은 인하함으로써 양 대역을 통합운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요금구조를 재조정한다는 표현을 빌고 있지만 그 내역을 들여다 보면 조정보다는 요금인상쪽에 훨씬 더 많은 무게가 두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수도나 전화요금 등 공공요금이 오르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번 방침은 요금구조를 사업자간 경쟁구도로 재편하고 초고속정보통신기반 인프라구축의 활성화를 꾀함으로써 인터넷지향형으로 바꿔나가겠다는 취지에서라고 한다. 또한 활성화부문과 비활성화부문의 요금체계를 연계시키는 요금균형시스템을 도입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나 이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번 요금구조 조정은 대내외적으로 큰 명분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그 속내를 들여다 보면 이번 구조조정은 그동안 계속돼온 사업자의 수지악화를 보전해 주겠다는 고육책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시내전화요금의 경우 그동안의 시설투자가 포화상태에 이르러 신규투자가 감소세로 접어들고 있는데다 유선전화에서 이동전화를 걸 때 발생하는 LM수입금의 증가 등으로 원가보상률이 이미 100%에 근접해 있어 인상명분이 별로 없어 보인다. 원가보상률이 120%대에 근접하고 있는 시외전용회선요금 역시 단계적으로 인하조정하겠다는 방침만 세웠을 뿐, 구체적인 내역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반면 전용회선 가운데 시내전용부문의 경우 원가보상률이 아직도 60%대에 머물고 있어 만성적자가 계속되고 있고 일부지역을 제외한 국제전화 역시 비슷해서 요금인상요인이 상존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이번 정부의 요금구조 재조정은 흑자부문의 매출을 보다 극대화해 적자부문을 보전하겠다는 취지에서 비롯됐다는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물론 공공요금체계에서 흑자발생부문을 적자부문에 보전하는 것은 선진국일수록 유용하게 도입되고 있는 시스템이니, 굳이 이를 탓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은 어디까지나 전략적이고 명분이 있어야 한다.
수지악화요인이 정부측의 설명대로 이동전화가입자의 급증현상과 VoIP 등 무료인터넷전화의 등장에 있다면 사업자들은 과연 여기에 얼마만큼 적극 대처했는가를 묻고 있다. 특히 VoIP의 경우는 얼마전까지만 해도 아무런 대책이 없이 현행 전기통신사업법에 위배된다하여 정부에 시시비비를 가려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대책의 전부였을 뿐이다.
요금구조 조정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고 있는 이번 유선통신요금인상이 사업자간 경쟁구도 유도 등 당초 취지에 적합할 수 있도록 보다 신중을 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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