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키 암호시스템의 원천기술 개발로 국내 암호학계의 20여년간 숙원이 해결된 셈입니다. 특히 인터넷상 정보보호 분야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됐습니다.』
갈수록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인터넷 정보보호 분야에서 새로운 방식의 공개키 암호 시스템의 원천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학과 고기형 교수(46)는 이번 기술개발이 학계에 미치는 파장과 의미를 『암호론 분야의 역사가 다시 쓰여질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고 교수가 87년 KAIST에 발을 들여놓은 이후 암호론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2년전 정부 정보보호관련 기관이 수학계 전문가 몇 명을 불러 암호키 연구제안을 하고서부터.
고 교수는 『당시 제안을 받고 수학이론에 근거한 컴퓨터 관련 지식 덕분에 어떠한 이론을 어떻게 적용시킬지 바로 떠올릴 수 있었다』며 『덧셈이나 곱셈 등의 연산 순서를 바꾸어도 같은 값이 나오는 수학에서의 「가환군」보다 연산의 순서를 바꾸어도 다른 값이 나오는 「비가환군의 땋임 이론」이 정보통신 분야는 물론 물리나 생명공학 분야에서도 쓸모가 많을 것으로 내다보고 관심을 갖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은 과학기술 응용 분야와 접목이 가능할 뿐 아니라 밝혀진 명제와 진리는 시대가 바뀌어도 영원하기 때문에 매력이 큰 학문』이라고 강조한 고 교수는 『앞으로 안전성 테스트를 거친다면 국내 정보보호기술 관련 업계에 수조원에 달하는 수입대체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고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가 세계적으로 정보보호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국제학회인 「CRYPTO 2000」의 주요 발표논문으로 채택돼 오는 8월 발표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열악했던 국내 암호학계의 위상 강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고 교수는 『기초학문인 수학을 전공해도 벤처기업을 꾸릴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다』며 『미국 등에서는 수학이론을 제공하고 로열티를 받아 사업하는 업체들도 상당수에 이른다』며 벤처 창업에 관심을 드러냈다.
고 교수는 서울대 수학과와 미국 보스턴의 브랜다이스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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