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벤처창업 열풍이 몰아치고 있다. 지난달 말 현재 벤처기업의 수는 5500개를 넘어섰으며 이 중 160개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돼 있다. 올해중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벤처기업만도 5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초만 해도 정부 및 각계의 관심은 코스닥시장을 어떻게 활성화할 것인가에 모아졌다.그러나 올들어서는 정부가 코스닥시장의 진정과 거래소시장 활성화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으니 가히 벤처 붐이 어느정도인가를 가늠하게 해준다. 얼마전에는 코스닥시장 거래대금규모가 거래소시장을 넘어선 적도 있다.
그러나 벤처 열풍은 지나치게 자금과 인력이 벤처부문에 집중돼 제조업 등 전통산업의 붕괴가 우려되는 상황에까지 이르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GDP에서 벤처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8%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며 전후방 연관산업 및 관련 서비스 부문의 소득창출까지 고려하면 10% 이상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벤처기업은 분명히 우리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 가고 있으며 폭발적인 벤처창업 열기와 에너지는 21세기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 원동력이 될 것이 분명하다. 정부도 올해중 1만개, 오는 2002년까지 2만개, 2005년까지는 4만개의 벤처기업을 창업시킬 계획이다. 벤처기업의 적극 육성을 통해 일자리도 창출하며 성장의 새로운 엔진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정부가 그와 같은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해서 정부가 원하는 대로 벤처기업이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창업된 모든 벤처기업이 성공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오히려 실패의 가능성이 더 높다. 실제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벤처기업의 성공 가능성은 5%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정부가 원하는 대로 벤처기업의 창업을 가능하게 하고 창업된 벤처기업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그 해답 중 하나는 벤처산업과 전통산업과의 조화에서 찾아야 할 것 같다.
오늘날 미국경제가 지속적인 경제호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제조업과 같은 튼튼한 전통산업을 바탕으로 해 태어나고 있는 정보통신 중심의 중소·벤처기업이 성장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한 부분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미국경제의 장기호황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경제학자들의 시각이다.
우리의 경우도 전통 제조업부문과 정보통신 중심 벤처기업과의 조화로운 발전 내지 융합을 유도할 수 있는 정책의 마련 및 여건조성이 필요하다. 지난해 상장 제조업체들의 매출액은 전년보다 9.8% 증가했고 당기 순이익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8년 이후 2년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여기에 벤처기업의 왕성한 성장 에너지를 결합시킨다면 우리 경제는 더욱 튼튼해질 것이다.
우리 경제의 성장과정을 보면 지난 60년대에는 경공업이, 70∼80년대에는 중화학공업이 주도했다. 80년 말부터 90년대 중반까지는 반도체 등 전자산업부문이 성장을 이끌었다. 이제 디지털경제시대인 2000년대 한국경제는 첨단기술과 왕성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정보통신 중심의 벤처기업이 주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벤처기업의 역할은 튼튼한 제조업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젠 인터넷의 열풍, 벤처열기에 흥분하기 보다는 어떻게 전통 제조업과 정보통신 중심의 벤처기업 또는 인터넷기업을 조화·융합시키고 균형 있게 발전시켜나갈 것인 가를 찾아야 할 때다. 지금의 한국경제를 만든 전통기업이 더이상 벤처열기의 그늘에 가려 의욕을 잃어서는 안된다.
이를 위해선 기존 전통산업을 영위하는 기업도 벤처정신으로 무장, 벤처기업화하는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선조들의 어리석은 응전으로 후손들이 빈곤의 멍에를 안고 살아가게 해서는 안된다. 전통산업, 굴뚝산업으로 폄하되고 있는 기업들도 초기에 가졌던 기업가정신을 유지,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
<홍순영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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