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소재산업 키우자>9회-기술만이 살길이다

『반도체는 6개월 단위로 신제품이 개발되는 반면 정보전자소재분야는 3개월 간격으로 제품을 출시하지 못할 경우 사업을 추진할 수 없습니다.』(LG화학의 H팀장)

다른 사업에 비해 라이프 사이클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시장논리에 급급, 이 분야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왔다. 현재 한국이 반도체 최대 수출국이면서도 반도체 소재 최대 수입국이라는 불명예를 동시에 안게 된 가장 큰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례로 반도체용 화학물질 중 포토레지스트의 국산화율이 20%에 불과하며, 반도체 세정·에칭·포토 등의 프로세스 케미컬은 55% 내외의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선진국의 신기술 보호주의와 시장개방압력의 여파 속에서 신기술 확보는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국내 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R&D 투자비율은 2∼4%로 선진국의 7∼15%에 비해 매우 낮은 편이다.

최근 정보소재산업 육성을 밝히고 있는 대기업들도 R&D분야에 높은 비중을 둘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지 못하고 형편. 업계의 한 관계자는 『R&D의 중요성을 알고는 있지만 국내 기업 정서상 수익이 되지 않는 곳에 자금투입은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특히 R&D와 상품화가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R&D 따로 제품 따로라는 식으로 R&D의 기술은 홍보용으로, 제품의 원천기술은 해외 소재업체의 기술도입으로 해결하는 측면이 많았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정보소재산업이 살아나기 위해서는 이같은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최근 R&D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는 것은 럭비공 모델이다. 럭비공을 주고 받는 데서 비롯된 말로 R&D와 제품생산이 동떨어지면서 일어난 불합리한 측면을 개선하기 위해 제안된 방법이다. 즉 R&D와 제품생산을 병행하면서 개발·시제품·파일럿제품 등 단계마다 연구요원이 마케팅·영업 담당자와 함께 진행하는 것.

또한 업계간의 공동투자와 함께 원천기술의 근간이 되는 대학내 연구소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서울대 이신두 교수는 『대학 연구소에 2, 3건의 강유전성액정표시장치(FLCD)와 관련된 특허를 확보해 대기업과 상품화를 추진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계열사 지원 차원에서 소재·부품업체만을 육성하는 전근대적인 경영에서 탈피해야 기술개발이 이루어질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기술을 갖고 있지만 계열사에 소속되지 않는 소재업체들은 개발된 제품을 양산하는 데만 급급해 새로운 기술개발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는 소재산업 육성을 말로만 외칠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 가능하도록 계열사들을 지원해 주고 있는 재벌들의 관행을 철폐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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