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인터넷 혁명의 허와 실...남민우 다산인터네트 사장

「인터넷 혁명으로 우리나라가 부강해지고 선진국 대열에 들어갈 수 있을까.」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인터넷 사업에서 성공하고 엄청난 부를 거머쥐는 것이 가능할까.」

지금 우리 주위에서 전개되고 있는 서비스 일변도의 인터넷 혁명으로는 그런 성공이 불가능할 것이다. 인터넷 사업은 우리가 직접 접하고 있는 서비스 분야가 그 전부는 아니다. 도로가 없는 곳을 자동차가 달릴 수 없듯이, 인터넷 서비스도 인터넷 인프라의 구축 없이는 불가능하다. 인터넷 혁명을 위한 인프라로는 사용자 앞에 놓이는 PC와 단말기, 통신망을 서로 연결해주는 라우터와 스위치, 그리고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인터넷 서버 등을 들 수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증가하고 콘텐츠와 서비스 제공자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하여 인터넷 장비에 대한 설비투자도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요즘 우리 주위에서 전개되고 있는 인터넷 혁명은 일종의 소비재인 서비스 분야에만 집중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와 소비재 생산만 증가하고 그것을 위한 생산재는 전부 수입에 의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 결과는 전세계적으로 인터넷 장비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몇몇 미국의 회사들에 막대한 부를 안겨주는 결과만 초래할 것이다.

통계를 보면 지난해 5300억원으로 추산되는 국내 전체 네트워크 장비시장에서 순수 국산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도 안된다. 매년 30% 이상 성장이 예상되는 인터넷 장비시장에서 아직도 이렇다 할 국산 장비업체가 없는 것이다.

전체 인터넷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지난해 전체 인터넷 경제규모를 5000억달러로 볼 때 약 2000억달러 정도가 인터넷 장비시장으로 평가되고 있고 예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이 과연 기업의 수익을 기대만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인지는 아직도 의문스럽지만 인터넷 인프라구축 장비사업은 확실한 고부가가치 첨단사업임이 틀림이 없다.

왜 우리나라에는 야후에 맞설 만한 다음이 있는데, 시스코에 맞설 만한 인터넷 장비업체는 없는 걸까. 그것은 우리나라에서는 기형적인 인터넷 혁명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서비스 일변도의 모습에서 벗어나 생산재인 인터넷 인프라 구축장비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인터넷 사용자의 폭발적인 증가가 국내 인터넷 장비산업의 성장으로 이어져, 우리의 인터넷 장비산업이 전세계 시장으로 진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인터넷 서비스 제공사업자들의 인식전환도 필요하다. 국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하는 외국산 수입장비가 국산 장비보다 안정성, 성능 및 품질 면에서 더 나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시간적으로 먼저 개발하여 사용하지 않았다면 이제 개발을 시작한 국산 장비보다 더 좋을 이유는 없다. 처음부터 완벽한 제품은 없다. 국산 장비도 사용해주어야만 품질이 나아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수만개에 달하는 국내 PC방에서 사용되고 있는 국산 라우터의 성공이 그 좋은 예다.

이제 성공적인 인터넷 벤처기업을 꿈꾸는 많은 인재들이 진입 문턱이 낮은, 그래서 시작하기도 쉬운 서비스 분야보다는 진정한 기술의 승부처인 인터넷 인프라 구축장비 사업에 뛰어들기를 바란다. 그것만이 진정한 인터넷 혁명의 성공을 가져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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