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사(起業史)에 있어서 미래산업의 신화만한 것이 없다.
겉으로 드러난 미래산업의 모습은 천안공장이다. 그것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공장이 무색할 정도로 깨끗하고 널찍하다.
그 맹아(萌芽)가 지난 83년 구멍가게 같은 한 금형공장이었다는 것은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그것은 애벌레가 화려한 나비로 변신하는 것과 흡사했다.
미래산업은 가뭄이 3년 동안 계속되는 것과도 같은 올해에도 농사를 잘 지었다. 상반기에 흑자를 냈다.
더욱이 놀라운 점은 증권사가 발표한 이 회사의 재무구조다. 부채는커녕 현재 1천억원 가량의 현금을 은행에 예치, 올해 이자수입만 2백억원에 가깝다는 것이다.
여타 중소기업이 돈가뭄으로 사채라도 끌어쓰기 바쁜 상황과 판이하다.
미래산업이 우리 기업사에 큰 의미를 갖는 것은 많은 재산을 모아서가 결코 아니다. 그것은 기술력만 있으면 벤처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준 데 있다. 반도체 장비인 테스터 핸들러기술에 승부를 걸었고 그것이 들어맞았다.
미래의 성공은 많은 반도체 장비업체들에 힘을 불어넣어 국내 반도체 장비산업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됐다.
그렇지만 현재 반도체 장비업체들은 대부분 반도체 경기불황으로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사업체를 아예 포기하거나 외국회사에 넘길 것을 검토할 정도다. 이대로 간다면 미래의 신화도 「한때의 영화(榮華)」쯤으로 끝나버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가운데 최근 세계 반도체제조장비·재료협회(SEMI)는 반도체 제조업체들의 장비구입을 지원하는 융자회사를 설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반도체산업 불황으로 장비 수주율이 극히 저조하자 반도체업계의 설비투자를 활성화시켜 장비 수주로 연결시킨다는 취지다.
반도체 장비산업 육성은커녕 장비업체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통합을 거리낌없이 강행하려는 우리 정부와는 참으로 대조적인 모습이다. SEMI의 소수회원 의견이긴 하지만 『융자금이 절대 한국 반도체업체에 흘러들어가서는 안된다』고 한 말과 한국의 반도체 빅딜과는 모종의 연결고리가 있지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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