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을 섬김에 있어 간언(諫言)을 자주하면 욕을 당하고 벗을 사귐에 있어 충고를 자주하면 사이가 멀어진다(事君數 斯辱矣 朋友數 斯疏矣).」
동양 사상의 뿌리가 되어 온 논어(論語)의 이인(里仁)편에 나오는 글이다. 같은 편에 이런 글도 있다.
「부모를 섬김에 있어 잘못함이 있거든 부드럽게 간하라. 만일 부모의 뜻이 간함에 따르지 아니하면 더욱 공경하여 부모의 뜻을 어기지 말아야 하며, 괴로워도 원망하지 말아야 하느니라(事父母 幾諫 見志不從 又敬不違 勞而不怨).」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동양의 유교문화는 서양문화와는 달리 간언이라 할 수 있는 「비판이나 충고」에 닫혀 있다.
특히 과도한 비판은 금기로 가차없는 처벌이 따랐다. 서양문화가 유입된 지 벌써 1백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우리 사회에는 그러한 잔재가 뿌리깊다.
특히 정권에 대한 비판은 옛날에는 역모로, 오늘날에는 괘씸죄로 더러 다스려질 정도다.
최근 정부가 LG반도체와 현대전자에 대해 반도체사업 빅딜을 강력하게 요구하자 양사는 그것을 부당한 조치로 인식하고 있지만 정부에 대고 아무 소리도 못하고 있다. 하고 싶은 말이야 많겠지만 자칫 화를 부를까 우려해 입을 다물 뿐일 것이다.
또 반도체 빅딜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이제 시기가 문제일 뿐 지켜보기만 하면 되니까 그들의 침묵은 나름대로 이해가 간다.
그런데 반도체 빅딜이 부당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하는 학계·연구계·협회 등에서 대부분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들은 한결같이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는 정부가 무서워서 말 한 마디 할 수 없고 글 한 줄 쓸 수 없다』고 한다.
그들이 입을 열고 글을 쓰면 괘씸죄로 뜻하지 않은 화를 당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산업 판도가 일순간에 바뀔 수 있는 중요한 사안인 반도체 빅딜에 대해 모두 침묵하고 있는 것은 지식인의 도리가 아니다.
침묵이 더러 간언보다 더 무서운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역사는 우리에게 수도 없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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