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러 나라의 정보통신산업 발전과정을 살펴보면 정치·경제상황에 따라 그 국가 나름의 발전전략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 분야에서 우리나라와 경쟁관계에 있는 대만이 세계 제일의 PC생산기지로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배경을 보면 상황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뛰어난 중소기업 중심의 산업구조와 중국대륙의 저렴한 노동력, 전세계에 뻗어 있는 화교인맥을 통한 판매망 등 자신들의 강점을 최대한 살린 정보통신산업 전략을 유지해 왔다.
이에 비해 한국은 대기업 중심의 경제성장 전략을 내세워 정보통신 분야에서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둬왔으나 IMF 이후 새로운 경제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구조조정의 혼란에 빠지는 등 취약점을 보이고 있다.
뒤늦게 정부에서는 정보통신 분야에서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벤처기업 육성책을 들고 나왔으나 아직은 미국 등 선진국의 사례를 무작정 따라하고 있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과연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소기업 단위로 쪼개고 벤처기업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하면 우리나라가 정보통신 분야에서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나라가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는 정보통신 분야는 반도체산업과 이동통신관련 분야 정도다.
이들 산업은 엄밀히 말해 기본적으로 대규모 투자와 효율적인 생산관리가 필요한 일종의 거대장치산업이며 사실상 자동차나 조선산업과 큰 차이가 없는 구조다.
이는 우리나라 산업경쟁력이 거대기술에 강한 특징을 나타내며 정보통신산업 발전전략에서 중요한 전제가 된다.
현재 한국경제의 경쟁력 수준은 단순기술 제품에서는 이미 대만이나 중국에 기선을 빼앗겼고 고부가가치 기술 제품의 경우는 자본과 기술력에서 압도적인 미국과 일본을 따라잡기가 요원한 실정이다.
따라서 한국이 역량을 집중해야 할 정보통신 분야는 대만이나 중국에 비해 한국이 우위를 유지하는 거대기술 분야에서 파생된 응용제품, 예를 들면 가전제품에 기반한 세트톱박스나 TV에서 진화된 인터넷TV, 무선단말기에서 부가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제품 등을 통해서 신규시장을 개척하고 세계 정보통신산업에서 우리의 설 자리를 찾는 것이 한결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 가전제품화한 정보통신 상품은 대기업이 맡고 아직 시장 초기단계에 있는 정보통신 상품은 벤처기업들이 해나가는 것, 기술적으로는 중간단계이며 적절한 부가가치가 보장되는 제품에 우리의 한정된 투자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아무리 자금지원과 기타 혜택을 준다 해도 정보통신 분야에서 우리가 하루 아침에 선진국 기술을 따라잡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 제품 중에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 유리하고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제품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한 나머지 이미 특정 분야에서 우리가 갖고 있는 산업경쟁력을 사장시키는 우를 범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과거 우리는 재벌 위주의 경제체제로 신발·과자에서 자동차와 거대 선박까지 모든 분야에서 국제수준의 경쟁력을 갖추려고 했으나 결과적으로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이제 미래의 정보통신산업에서까지 그런 실수를 되풀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함상천 ACN테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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