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단일회사 경영권 다툼

 정부와 재계가 이달말까지 반도체 등 7대 구조조정 업종의 책임경영주체를 확정하기로 한 가운데 LG그룹이 현대전자 반도체부문-LG반도체 합병으로 설립할 반도체 단일회사의 경영권을 갖겠다고 전격 선언함에 따라 앞으로 양사간 협상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LG그룹 이문호 구조조정본부 사장은 10일 여의도 LG그룹 기자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반도체 단일회사는 LG가 경영권을 갖고 주도해 나간다는 것이 그룹의 방침』이라며 『단일회사의 지분비율을 50대50으로 하겠다는 종전 입장에서 탈피해 LG가 경영권을 갖고 주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사장의 발언은 현대전자의 7대3 지분비율 주장에 대한 LG그룹의 반발을 반영한 것으로 현대의 반응이 주목된다.

 이 사장은 『반도체업종도 당초 철도차량·항공 등과 같이 동등지분에 의한 단일회사 설립에 합의가 이뤄졌던 사항』이라면서 『LG가 제시한 것으로 알려진 50대50의 지분비율은 사실 LG가 제시한 것이 아니라 전경련이 거중 조정한 구조조정의 틀아래에서 자연스럽게 예상됐던 지분비율』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강유식 구조조정본부 부사장은 『현대도 실무선에서 50대50 지분비율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가 그룹 오너에게 보고하는 과정에서 경영권 차지쪽으로 방침을 급선회한 것으로 안다』고 주장했다.

 이 사장은 『전자와 통신, 화학은 LG그룹의 주력업종으로 특히 반도체는 그룹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이나 역사, 앞으로의 전략적 가치를 고려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업종』이라고 강조했다. 또 『재무구조나 기술력 등 모든 면을 종합해 보더라도 LG반도체가 현대전자에 앞서는 만큼 지배주주는 LG가 돼야 한다』면서 『51대49 등 단 1%의 지분차이도 받아들일 수 없고 50대50이 양보할 수 있는 마지노선』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 사장은 LG와 현대 양측이 모두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단일회사 설립이 결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히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현대는 공식적인 반응을 회피하면서도 『공동경영은 시대에 뒤떨어져 공멸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며 『단일법인도 외자도입이 불가피한데 공동지분으로 단일법인을 운영할 경우 외자도입시 결국 외국업체에 M&A를 당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는 또 종전의 입장을 고수하며 『경영권은 양사간의 문제로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해야 할 사안이지 일방적인 발표는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이처럼 LG와 현대가 한치도 물러서지 않고 팽팽히 맞서고 있는 데는 반도체가 두 그룹의 대표적인 사업으로 오너의 집착이 강하게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도체 단일회사 경영주체를 두고 현대와 LG간 대립이 첨예한 것과 관련, 지난 9일 정·재계 3차 정책간담회 후 손병두 전경련 부회장은 양사가 50대50 지분으로 합쳐 각사가 공동대표이사를 선임하거나 전문경영인체제로 하는 방안, 지분의 50%를 외국인에게 매각, 외국에 경영을 맡기는 방안, 보잉과 맥도널더글러스처럼 3년간 번갈아 경영을 맡는 방안을 예시하는 등 다양한 책임경영방식이 논의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구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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