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에 들어선 뒤에도 서구의 천문학자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크기는 상당히 막연했다.
오늘날처럼 은하계 바깥으로 몇십억 광년이나 펼쳐진 까마득한 우주공간이라는 개념을 잡게 된 것은 그다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금세기 초에 그들은 밤하늘을 일정한 크기로 나누어 그 안에 있는 별들을 모두 헤아려 정리했는데, 그 결과 우리 태양계가 속한 은하계의 대략적인 모양을 알아냈다. 별들이 모두 엇비슷한 크기와 밝기라는 가정 아래 각각의 거리를 추정한 결과 은하계가 볼록한 렌즈 모양이라고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당시 이 작업을 했던 네덜란드의 천문학자 카프테인(1851~1922)은 은하계의 지름을 2만3천광년, 두께는 6천광년 정도로 계산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이 대우주의 전부이며 또 태양계가 은하계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은하수가 하늘을 거의 2등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방향으로 보아도 은하수 밝기가 거의 일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생각이 다 맞은 것은 아니다.
태양계가 은하계의 중심에 있다는 지적은 옳다. 은하수가 하늘을 2등분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러나 두께가 아닌 지름 방향으로 보아도 은하의 중심 부분에 있는 것은 아니다. 은하계에는 「구상성단」이라고 불리는 말 그대로 공 모양처럼 밀집되어 있는 별무리가 많이 있는데 이 구상성단의 분포를 관측해보면 모든 밤하늘에 같은 간격으로 퍼져 있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방향에(궁수자리)에 많이 몰려 있다.
태양계에서 본 은하수가 모든 방향에서 비슷한 밝기를 보이는 이유는 우주의 먼지 때문이다. 이 성간 물질들이 은하의 중심 부분을 가려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이다. 결국 우리가 망원경이나 맨눈으로 관측할 수 있는 은하수는 태양계가 위치한 변두리(?) 부근에 한정될 뿐이다.
오늘날 은하계의 크기는 지름 10만광년, 두께는 3만광년 정도로 추산된다. 두께가 3만광년이라는 것은 은하계의 중심 부분 얘기고, 태양계가 위치한 부분은 3천광년 정도로 얇은 변두리다(볼록한 렌즈 모양은 맞는 얘기다).
1920년대에 들어서자 우주의 크기에 대해 새로운 의문이 제기되었다. 당시까지 망원경으로 관측되는 「성운」, 즉 구름처럼 보이는 천체는 모두 은하계안에 위치한 먼지 덩어리로 생각했는데 이들이 빛나는 이유는 근처의 밝은 별들에 쬐인 반사광이라고 파악했었다. 그런데 안드로메다 성운은 스스로 빛을 내는 것처럼 보였다. 학자들은 그 정체를 궁금해하며 연구를 계속했다.
해답은 1924년에 나왔다. 미국의 천문학자 허블이 당시에 새롭게 제작된 지름 2.5m짜리 대형 반사망원경으로 관찰해보니 안드로메다 성운은 먼지덩어리가 아니라 우리 은하계처럼 수많은 별들이 모인 또 하나의 소우주였다. 계산 결과 거리는 75만광년 밖이었고 이를 토대로 추정한 크기는 우리 은하계와 비슷했다. 허블은 그밖에도 다른 수많은 소우주 성운들을 찾아냈다. 바야흐로 우주의 크기가 몇만 광년에서 일약 몇억 광년으로 확장된 것이다.
그 후 망원경이 커지고 관측, 분석기술이 발달하면서 우주의 크기는 계속 확장되었다. 안드로메다 성운은 당초 계산했던 75만광년이 아니라 2백만광년이 넘게 떨어져 있는 것이었고 따라서 그 크기도 우리 은하계보다 두배 가량 큰 것으로 알려졌다.
또 최근에는 광학망원경뿐만 아니라 전파망원경도 이용하고, 또 우주의 배경복사라든가 스펙트럼의 적색편이, 퀘이서(준성)의 관측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사실상 「우주의 끝」이라 할 수 있는 아득히 먼 곳까지 관측이 가능하다. 현재 우주는 적어도 1백억억 광년 정도의 크기까지 확인됐다.
<박상준, 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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