河仁泰 울산케이블TV방송 대표
새 통합방송법 제정을 둘러싸고 이익집단간 옥외집회가 연이어 열리는 등 제몫찾기 싸움이 요란하다. 이 틈새에 끼어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간 부처 이기주의의 재연마저 우려돼 지난 정부의 망령이 되살아날까 두렵기까지 하다. 그러나 정작 제 목소리를 내야 할 가입자들은 가만히 있다. 따라서 이번 한국 유선방송의 구조조정에 정부 관계자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며 종합유선방송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은 정부의 탁상논리와 이론정책 때문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우선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제에 접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한쪽은 회원사(중계유선사업자)들에게 여론조사도 실시하지 않은 채 대도시 대규모 사업자 중심의 입장에서 무조건 통합반대만을 고집하고 있고, 다른 한편(케이블TV)에서는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공동체 의식은 찾기 어려울 정도로 제 목소리만 요란하게 내고 있다. 오직 「나만 살겠다」는 이기주의만 팽배할 뿐이다. 지난 3년 동안 우리가 값비싼 수업료를 물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 국내 방송업계의 현실이 이 정도라면 업계 관련 종사자는 물론 정부 부처 관계자들도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제는 개방화시대다. IMF로 세상이 바뀌었다. 그것도 「상전벽해」랄 정도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번 방송법 개정에서는 대승적 차원에서 「유선방송관리법」과 「종합유선방송법」을 하나로 묶어야 한다.
부방송제도, 법의 이원화 유지, 전송망사업자(NO) 구역확대 추가지정은 일시적인 미봉책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에는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을 알아야 할 것이다.
필자는 정통부가 유선방송사업자들을 NO(조건부)로 지정하면 현재의 갈등이 해소되고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 유선방송업계의 구조조정도 성공할 것으로 본다. 그동안 한국전력, 한국통신 두 공기업이 맡아왔던 전송망사업을 순수 민간 사업자들에게 맡기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유선방송 가입자는 종합유선방송의 가입자로 완전 전환함과 동시에 유선방송업계는 기존 사업권을 포기하고 NO로 전환하는 것이 바로 공존공생의 길이다.
이럴 경우 우선 「가입자 1천만시대」가 곧바로 도래해 프로그램공급사(PP)들의 경영이 대폭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새로운 NO로 전환한 기존 유선방송사업자들이 장기적인 안목에서 투자하게 됨으로써 국내 방송산업의 기반이 튼튼해지고 종합유선방송국(SO)과 NO간 상호협력체제가 돈독해져 가입자 유치에도 유리해진다. 국, 공익 채널의 수혜자 확대가 가능해지며 2차 지역 SO들의 중복투자를 막을 수 있음은 물론 중계유선과 SO간의 소모적인 경쟁관계도 완전 해소될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국내 업체들이 시장개방과 위성방송에 맞대응할 수 있으며 이에 따른 시장선점도 가능해지는 것을 비롯해 양측의 통합이 가져다주는 파급효과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다고 본다.
물론 이러한 방식의 구조조정안에 대해 이견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지엽적인 문제는 시간을 갖고 풀어나가면 된다.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익우선, 가입자 중심의 마인드만 있으며 못할 것도 없는 법이다.
만약 이번에 잘못된 업계의 구도를 바로 잡지 못하면 또 다시 역사의 오점을 남긴다는 점을 우리 모두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국내 시장을 한군데로 묶어도 미국 케이블TV 한 업체의 규모에도 못미치는 마당에 유선방송이니, 종합유선이니, 전송망사업자의 복수니, 유, 무선이니 하는 지루한 논쟁은 이제 막을 내리고 우리 모두가 서로 손을 맞잡고 번영하는 길을 우리 스스로가 모색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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