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여지도」는 우리나라를 1만6천2백분의 1로 축소한 최초의 상세지도다. 총 22편으로 구성된 이 지도는 산, 강, 도로, 도시, 성 등의 위치가 현대 지도와 거의 유사할 정도로 매우 정밀하다. 또 32권으로 집필된 「대동지지」라는 지리책에는 각 지방의 연혁, 인물, 산수, 명승지, 절, 사당, 누각 등을 항목별로 자세히 기록해 놓았다. 지금으로부터 약 1백30여년 전의 일이다.
김정호가 30여년이 넘도록 각 지방을 돌아다니며 대동여지도와 대동지지를 완성했을 때 그는 환갑을 바라보는 나이였다. 아내가 죽은 줄도 모르고 전국을 떠돌며 지도제작에 일생을 바친 데는 지도의 필요성을 남들보다 일찍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도가 너무 정교한 나머지 대원군은 나라의 기밀을 누설했다는 죄를 물어 결국 김정호는 옥에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실학정신은 후대에 길이 존경받을 만하다.
현대에 와서 지도의 용도는 무궁무진하다. 위치를 알려주는 것 이외에 산업발전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특히 수치지도로 알려진 디지털 지도는 도로공사, 도시계획 설계와 같은 토목건설 분야 이외에 정보통신산업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휴대폰이나 PCS와 같은 무선통신 서비스의 망 설계 과정에서 디지털 지도가 잘못되면 기지국 건설계획이 엉망이 되고 그것은 곧바로 통화품질 저하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또 차량항법시스템이나 지도를 바탕으로 한 첨단 지리정보서비스를 실현하는데도 디지털 지도가 제대로 구축돼 있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리정보시스템(GIS)에 기반이 되는 수치지도는 통신망과 같은 핵심 인프라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에선 정확한 디지털 지도가 나와 있지 않아 종이지도를 스캐닝하거나 데이터가 충분치 못한 디지털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대구지하철 가스폭발사건을 비롯, 지하도공사 때마다 벌어지는 잦은 수도관 파열 등은 제대로된 디지털 지도가 없기 때문이다.
관련기관에서는 김정호의 정신을 이어받아 제대로 된 디지털 지도를 하루 속히 만들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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