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19);밤하늘이 깜깜한 이유

천문학에 「올베르스의 역설」이라는 게 있다. 올베르스는 18세기 독일의 의사이자 천문학자이며 몇몇 소행성과 혜성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이다. 그러나 오늘날 그의 명성이 남아있는 것은 이제부터 설명할 이야기 때문이다.

「밤하늘이 깜깜한 이유는 태양이 없기 때문」이라고 쉽게들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반짝거리는 별들은 모두 다 태양처럼 스스로 빛을 내는 항성들이다. 우주가 무한히 넓다면 그 안에 있는 별들도 무한하다. 지구에서 멀리 떨어지면 떨어질수록 별들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이러한 상황을 정리해서 올베르스는 세 가지 조건 내지는 가정을 세웠다.

1.우주는 한계가 없다.

2.별의 수는 무한하며 전 우주에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

3.별들의 평균 밝기는 어디서나 똑같다.

밤하늘의 깜깜한 부분들은 따지고 보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별들로 채워져 있다. 너무 멀리 있어서 빛이 약하다는 논리도 성립이 안된다.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빈틈은 모두 다 별로 채워져 있어야 한다. 다시 말해서 밤하늘은 어두울 수가 없고 바늘을 꽂을 틈도 없이 촘촘하게 반짝이는 별들로 꽉 차 있어야 한다.

먼지 구름같은 것이 가로막고 있어서 어둡다는 생각을 해볼 수도 있다(올베르스가 이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먼지구름이 그 뒤편의 별빛을 모두 받으면 그 에너지 때문에 뜨거워져서 스스로 빛을 내게 된다. 여기서는 복잡한 계산을 생략하지만 아무튼 이런 가정대로라면 밤하늘은 태양보다 15만배나 더 밝아야 정상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늘의 별빛이 태양보다 15만배나 더 밝다면 인간은 물론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도 생존할 수 없다. 밤하늘이 깜깜한 것에는 이처럼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의미심장한 비밀이 숨어 있다.

관측천문학이 발달하면서 앞서의 세 가지 가정 가운데 틀린 것이 나타났다. 제2의 조건, 즉 별들의 밀도가 고르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태양계 주변의 별들은 「은하수」라는 거대한 성운을 이루고 있고 그 바깥은 완전한 허공임이 밝혀졌다. 다들 역설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대에 들어 천체망원경의 성능이 좋아지면서 은하수 바깥의 공간에는 안드로메다 성운처럼 은하수와 같은 성운들이 무한하게 퍼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결국 역설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세 가지 가정은 「별」을 「성운」으로 바꾸기만 하면 여전히 유효하게 성립하는 것이다. 그러면 다시, 왜 밤하늘은 깜깜할까?

정답은 「우주가 팽창하기 때문」이다. 밤하늘에서 관측되는 별이나 은하들은 모두 시시각각 지구에서 멀어지고 있다. 별빛의 스펙트럼을 분석하는 분광학이 발달하면서 모든 천체들이 「적색편이」 현상을 나타내고 있음이 밝혀졌다.

이는 스펙트럼 색상의 특정한 이동을 의미하는 말인데 관측자에서 멀어지는 물체에게서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한가지 더 밝혀진 사실은 멀리 있는 은하일수록 적색편이 현상이 더 심하다는 점이다. 즉 멀리 있는 천체들은 더 빨리 멀어지고 있다.

이게 무슨 의미냐 하면, 우주의 팽창은 중심점이 따로 없으며 어디에서나 균일하게 팽창하고 있다는 말이다. 불지 않은 풍선에 펜으로 점들을 찍어놓은 뒤, 바람을 불면 불수록 점들은 점점 서로 멀어져간다. 그러나 그 팽창의 중심점은 풍선의 표면에는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우리가 지구상에서 생명을 영위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우주가 팽창하고 있기 때문인 것이다. 만약이 팽창이 점점 느려지다가 멈추어 버린다면, 그때부터 밤하늘은 엄청난 별빛으로 가득차고 그 에너지로 말미암아 모든 생명은 종말을 고하고 말 것이다.

<박상준, 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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