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재미있고 신기한 과학이야기 (18);태양이 여섯 개인 세상

세계적인 SF작가였던 아이작 아시모프는 「전설의 밤」이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작품은 밤이 없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다. 하늘에 태양이 여섯 개나 있어서 언제나 그 중에 최소한 하나는 떠 있다. 그곳의 사람들은 별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 세계에는 옛날부터 한 가지 불길한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1천년마다 한번씩 「밤」이라는 것이 찾아오고 그러면 천지가 암흑에 휩싸이며 「별」이라는 것들이 나타나 세상은 종말을 맞는다고∥.

하늘에 태양이 여섯 개라니, 과학적으로 가능한 얘기일까? 태양 하나만으로도 그 열기와 에너지가 대단한데 둘이나 셋도 아니고 여섯개나 있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한 일이다. 사실은 태양이 여섯 개나 모여 있는 것이 이미 관측된 사실까지 있다. 별이 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이 같이 모여 있는 것을 연성(짝별)이라고 한다. 연성들을 잘 관측해보면 둘이 아니라 셋이 모여 있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우주 전체의 별들을 표본 통계조사해본 결과, 우리 태양처럼 혼자 있는 별보다는 연성인 경우가 오히려 더 많았다. 최소한 50%에서 많게는 70%까지 보는 견해도 있다. 하늘의 별자리 가운데서 쌍둥이 자리는 모두 8개의 별로 이루어져 있다. 이 별자리는 지구에서 봤을 때 편의상 하나의 별자리로 묶어놓았을 뿐이고 실제로 그 각각의 별들은 서로 까마득하게 멀리 떨어져 있다. 가까운 것은 지구에서 35광년 정도지만 먼 것은 6백광년 정도까지 떨어져 있다. 그런데 그 8개의 별 가운데서 가장 밝은 별, 즉 알파성(으뜸별)을 천체망원경으로 자세히 살펴본 결과, 별이 하나가 아니라 둘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둘이 서로 가까이 붙어있기 때문에 사람의 눈에는 하나로 보이는 것이다. 성능이 더 우수한 망원경으로 자세히 살펴보니 제3의 별이 또 하나 있었다. 이 세번째 별은 너무 어두워서 그동안 관측되지 않았던 것이다.

관측장비가 점점 좋아지면서 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그 세 별들이 제각기 별 두개가 가까이 붙어있는 연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즉, 도합 여섯 개의 별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이다.

이 각각의 연성들은 서로 상대방의 둘레를 도는 공전 운동을 하고 있으며, 다시 세 쌍의 별들은 서로의 무게중심 둘레를 도는 공전운동을 하고 있다. 매우 복잡한 양상이다. 만약 이들 별 주변에 지구와 같은 행성이 있어서 역학적 균형을 유지한 채 공전 궤도를 타고 있다면, 그리고 그 행성에 사람이 살고 있다면, 처음에 소개한 소설처럼 하늘에 여섯개의 태양이 떠 있는 상황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다만 그 여섯개 태양은 지구의 태양보다는 훨씬 덜 뜨겁고 크기도 작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지구와 같은 생명체가 존재하기는 힘들 것이므로.

그렇다면 1천년에 한번 태양이 모두 없어져버린다는 설정은 가능할까? 잘 알려져 있다시피 지구에는 일식도 있고 월식도 있다. 지구상에서 1년 동안에 발생하는 일식이나 월식 횟수는 상당히 많은 편이다.

여섯 개의 태양이 모두 사라지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각각의 공전궤도가 절묘하게 교차되어 서로를 가려주고, 그리고 달이 있어서 마지막 태양마저 가린다면 이른바 「6중 일식」도 가능하다. 다만 통계적으로 그럴 확률은 무척이나 낮기 때문에 지구처럼 일식이 자주 일어나는 게 아니라 1천년에 한번 정도로 설정한 것이다.

여섯개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늘에 태양이 두개가 있었다면 세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아마 유일신을 떠받드는 세상의 모든 종교들은 아예 태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사람들의 세계관이나 가치관도 크게 달랐을 것이다. 이를테면 「최고」만을 추구하는 경쟁적, 독선적, 이기적 사고방식은 인기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박상준, 과학해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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