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모니터산업 경쟁력 강화

李仁哲 한솔전자 대표이사

경제 전반에 걸쳐 구조조정 작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경제 문호개방에 대한 대응책 마련이 발등에 불이 됐다. 이러한 상황 속에 경제 각 부문의 대외 경쟁력 강화는 각 기업들의 지상과제로 떠올랐으며 대외 경쟁력을 갖춘 몇 개 산업이 각광받고 있다. 모니터산업도 근래에 반도체에 이은 효자종목으로 그 가치와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모니터산업에 몸을 담고 있는 종사자로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호황일 때 불황을 대비해야 하듯 현재에 만족할 수만은 없는 일이다. 지금 모니터업계엔 새로운 바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것은 국내 업체간의 공고한 협조체제 구축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본다.

모니터산업 종사자들이라면 누구나 대만 기업들의 산업정보 및 기술개발과 관련한 공조체제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신기술이 나오거나 가치있는 정보를 입수했을 때 대만의 모니터업체들은 그 수가 우리보다 훨씬 많지만 자국내 경쟁사들을 불러모아 기꺼이 정보를 교환한다고 한다. 따라서 대만 업체들의 기술개발 기간은 점점 단축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공동개발도 예사로 하고 나아가 생산 및 영업 부문에서도 공동보조를 맞추는 것을 선호한다. 그러므로 좀더 저렴한 비용으로 재료를 확보하고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는 대만제품에 가격 경쟁력을 부여하는 힘이 되고 있다.

국내 모니터업체들은 지금 대만의 모니터산업을 주도하는 배경이 이러한 공개적인 협조체제와 공동체적 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제1위 모니터 생산업체를 가지고 있고 대만에 이어 세계 2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세계 최대의 CRT 생산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국내 업체간 연계와 협조체제는 모니터산업의 규모에 걸맞지 않게 미미한 것이 사실이다. 또한 다른 업체를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동반자로 인식하기보다 경쟁자로만 간주하는 경향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지양돼야 할 것이다.

세계 모니터시장에서 한국과 대만은 그야말로 한치도 양보할 수 없는 막상막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비록 시장점유율이나 생산량 측면에서는 대만이 앞서 있지만 품질 면에서는 우리나라 제품이 우위에 있다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들의 공조체제 앞에서 과연 얼마동안 지금의 성장률을 지켜나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을 것 같다.

다른 예이지만 유난히 기술과 정보에 대해 개방적인 미국도 그간 외국 업체에 빼앗겼던 전자부문의 제조기술에 이니셔티브를 되찾기 위해 새로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미국 업체들로만 구성된 「USDC(United States Display Consortium)」를 중심으로 차세대 모니터가 될 리플렉션(Reflection)방식 디스플레이 기술에 관해 정기적으로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

국내 모니터업체들도 이같은 경쟁국들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CRT 모니터를 대체할 수 있는 차세대 기술을 위해 함께 모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세계 모니터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선두국가로 확고히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지엽적 경쟁관계보다 대승적 차원의 협력관계를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앞으로 모니터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을 것이다. 신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대체제품들이 등장하고 있고 고가제품의 가격하락도 속도를 더해가고 있다. 세계가 우리의 활동무대가 된 것은 오래된 일이지만 이를 확장하고 지켜나가는 것은 업체간 결속을 바탕으로 함께 이뤄나가야 할 국내 모니터 업체들의 과제다. 활발한 정보교류, 공동생산, 개발제휴 등을 통해 모니터산업 전체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 강화에도 이바지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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