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403)

김창규 박사는 시뮬레이션 자료를 정리하다 말고 다시 한번 독수리 칩을 살펴보았다. 자연적으로 칩이 정상 작동하게 된 것도 그 산화철 때문이었다.

외부의 조건에 따라 산화철의 스프링이 작동을 하게 되고, 그 이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위치하게 되어 있는 것이었다. 외부의 조건은 교류전원의 주파수 변조였다.

칩 내부의 신호가 정상적인 신호방식에 의해 작동하게 되면 독수리 칩은 정상적인 프로그램을 수행하게 된다. 하지만 그 신호에 미세한 변동이 발생하면 바이러스프로그램이 동작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었다. 칩의 내부신호에 변동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교류전원의 주파수 변동이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교류전원의 주파수는 60㎐. 그 주파수에 변동이 발생하면 칩의 전원으로 사용하기 위해 정류기를 통해 바뀐 직류전원에도 미세한 변동이 생기게 된다. 이때 독수리 칩의 산화철이 작동되는 것이고, 이후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되돌아오는 것이다.

김창규 박사는 광화문 네거리 맨홀에서 발생한 화재의 순간에 인위적인 교류전원의 주파수에 변조가 발생했을 것이고, 그에 따라 독수리 형상이 새겨진 칩에서 바이러스프로그램이 수행돼 장애를 일으킨 것을 최종적으로 확인한 것이었다. 이미 여러 차례 시뮬레이션을 통해 반복 확인도 마쳤다.

찌르르릉.

전화기의 벨이 울었다. 김지호 실장이었다.

시뮬레이션이 끝난 후 곧바로 김지호 실장에게 전화를 했지만 부재중이어서 직원에게 연락을 부탁했던 것이 조금 전이었는데, 곧바로 전화가 걸려온 것이었다.

『김 실장, 지금 어디요?』

『화재 현장에 들렀다가 이제 막 아침식사를 마쳤소. 김 박사, 독수리 칩에 대한 진행상황은 어떻소?』

『프로그램 분석이 마무리되었소. 이제 김 실장이 원하는 데이터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오. 시뮬레이션도 마쳤소. 아주 재미있는 칩이요.』

『고생이 많았소. 그래 원인은 무엇으로 나타났소?』

『아까 새벽에 이야기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타났소. 칩 하나에 두 개의 프로그램이 동작될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것은 맞지만 산화철에 의해 스프링의 접점이 작동되는 것은 아까 이야기한 것과는 다르게 확인됐소. 고도의 기술이 적용된 아주 재미있는 칩이요. 구체적인 것은 만나서 이야기해야 할 것 같소.』

『시뮬레이션이 가능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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