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37)

인천 월미도 서해호텔.

사내는 여인이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었다.

조금은 귀찮은 척, 샤워도 간단하게 한 채 여인이 하는 대로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이다.

여인이 자신의 몸에 로션을 바른 후 엎드려 있는 사내의 등위로 엎드렸다. 자세가 거꾸로였다. 사내의 다리 쪽으로 여인의 얼굴이 자리하는 형태가 되었다.

사내는 계속 말을 이었다.

『독수리 형상의 파라바하는 고대로부터 왕권과 신권을 상징적으로 대변하여 왔소. 기원전 2000여년 전부터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한 파라바하는 고대 이집트에서 동아시아로 옮겨왔소. 이집트에서는 「날개 달린 태양」으로도 칭해 독수리 모습을 한 신을 상징한다고 믿었던 것이오.』

여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내의 등위에서 아무 것도 입지 않은 여인의 몸이 부드럽게 미끄러지기 시작했다.

여인의 풍만한 젖가슴이 남자의 등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잘 발달된 치골과 그 위로 덥수룩하게 조성된 숲이 사내의 등을 간지럽히기 시작했다.

천천히, 하지만 어제와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사내는 여인의 흐트러진 눈빛을 읽고 있었다. 이미 어제 다 보여준 몸이었지만 조금 전 자신의 몸을 씻어주는 여인의 손끝이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내가 엎드린 채 말을 이었다.

『현재 전해 내려오는 파라바하와 가장 유사한 형태를 지닌 독수리 형상은 이란의 비세툰(Bisetoon)에 있는 아케메니드 왕조의 무덤 벽에 새겨진 페르시아 독수리였소. 문화예술적 변형이 가해지면서 종전의 각이 진 날개는 사라지고 굴곡이 있는 부드러운 이미지로 나타나고 있소. 또한 독수리의 다리 역시 추상화되어 구불구불한 선으로 변형되었는데, 그 끝에 발톱만 있는 것이 있고 발톱 대신 두루마리 책이 달려 있는 것이 있소.』

여인이 사내의 이야기를 중지시키려는 듯 움직임을 빠르게 했다.

젖가슴으로, 다리를 굽혀 말에 올라탄 기마자세 형태로 사내의 등을 간지르고 압박하고 까실까실하게 했다.

『삐......』

무선 호출기 신호였다. 사내가 벌떡 일어섰다. 등위로 올라타 있던 여인이 깜짝 놀란 듯 미끄러져 내렸다.

『삐......』

여인이 말했다.

『왜 그래요. 조금 있다 확인해서 전화하면 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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