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東柱 명지대 대학원 전자공학과 겸임교수
우리나라는 지난 2∼3년 동안 무역수지 적자 등으로 외환사정이 급격하게 악화되어 지난해 말 국가부도 직전의 위기상황에까지 몰렸다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긴급 구제금융을 받고서야 국가부도 사태를 벗어났다.
재정경제원 집계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 외채 총액은 약 1천540억 달러이고 이중에 올해 상환해야 할 돈만도 약 251억 달러(약 37조7천억원)에 달한다. 다행히 최근 단기부채를 장기로 전환, 당장의 급한 불은 가까스로 끌 수 있었지만 앞으로 외채에 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을 생각하면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닌 것 같다.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우선 수출을 확대, 달러를 벌어들이는 것밖에 없다. 무역의존도가 60%를 상회하는 우리에게 수출은 유일한 생존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수출상품은 선진국 제품에 비해 아직 기술수준이 떨어지고 말레이지아, 중국 등 후발 개발도상국 제품에 비해 가격이 상당히 비싼 수준이기 때문에 최근 미국 등 세계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외국의 시설과 부품을 도입, 조립, 수출하는 구조를 바탕으로 팽창했다. 따라서 우리의 수출증가는 필연적으로 로열티 지급, 원자재 도입 등 수입증가를 초래하는 등 경제구조상 본질적인 한계를 갖고 있었다.
저임의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출발한 우리 경제가 양적 팽창을 계속하는 동안 삶의 질 향상과 함께 급상승한 임금수준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축적이 미흡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우리 기업들이 자체 기술개발 노력보다 손쉽게 외국기술을 도입하는 쪽을 택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95년 세계무역기구(WTO)의 출범으로 국가간 경제장벽이 사라져 무한경쟁이 전개되면서 선진국들은 자국기술 보호장벽 강화에 나섰고 후발 개발도상국들도 해외시장에서 무차별적인 저가공세를 펼친 결과 우리나라 제품은 급속하게 시장에서 밀려나게 됐다.
따라서 오늘의 경제위기는 근본적으로 과학기술의 낙후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는 60∼70년대 정부출연연구기관을 설립, 전세게에 흩어져 있던 우리의 고급 과학두뇌를 모아 선진기술을 도입해 국내 산업계에 이전,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을 주도해 왔다.
그 당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과학기술의 불모지와 같았던 우리 산업계에 기술개발과 축적을 위해 연구소를 설립했던 경험을 감안하면 바로 현재와 같은 위기에 연구원들이 기술개발에 더욱 정진할 수 있도록 지원과 배려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산업계에는 현재 3천개가 넘는 기업부설 연구소가 설립돼 있다. 정부출연연구소는 그동안 쌓은 연구경험을 산업계에 널리 전수할 수 있도록 선도적 연구 전위대로서 기업부설 연구소를 이끌 새로운 역할수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된다.
기술은 시간과 두뇌와 노력을 먹고 자라는 생명체와 같기 때문에 한번 싹이 잘리면 그동안의 노력은 허사로 돌아간다. 선진국에 비해 과학기술 수준이 뒤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각 분야에 흩어져 있는 기술개발 아이디어를 수렵, 결집하고 특히 대학의 거대한 잠재적 기술개발력을 제품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기술순환, 유통시스템의 구축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우리나라 기술력의 뿌리는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의 연구집단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경제 많이 본 뉴스
-
1
애플페이, 국내 교통카드 연동 '좌초'…수수료 협상이 관건
-
2
'코인 예치' 스테이킹 시장 뜬다…386조 '훌쩍'
-
3
단독CS, 서울지점 결국 '해산'...한국서 발 뺀다
-
4
[이슈플러스] '실손보험 개혁안' 두고 의료계 vs 보험업계 평행선
-
5
빗썸 KB행 신호탄…가상자산 거래소 실명계좌 '지각변동' 예고
-
6
[이슈플러스] 1·2세대 실손도 '위험'…법 개정해 기존 계약까지 뒤집는다
-
7
은행 사활건 기업·소호대출, 디지털뱅킹 전면 부상
-
8
새해 첫 자금조달 물꼬튼 카드업계…“금리인하기, 내실부터”
-
9
'금융사기 뿌리 뽑자' 은행권 보안 솔루션 고도화 움직임
-
10
[ET라씨로] LA산불에 기후변화 관련株 급등… 케이웨더 23%↑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