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맨홀 (318)

『광케이블 하나를 단독으로 사용하고 있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전용으로 쓰고 있습니다.』

광케이블. 김지호 실장은 머리카락 만한 굵기에 일반전화를 사용할 경우 수천 가입자가 동시에 통화를 할 수 있는 대용량 케이블을 전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의아했다.

『어떤 사람이 입주해 있는지 아십니까?』

『컴퓨터 프로그램 일을 하는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그래요?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고, 컴퓨터 바로 옆에 놓여 있는 디스켓 하나를 A 드라이버에 끼우고 내용을 확인했다. 아무 내용도 들어 있지 않았다. 김지호 실장은 그 디스켓에 환풍기를 가동시키도록 되어 있는 내용과, 외부에서 입력된 데이터를 복사했다. 어쩌면 이번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무런 상관이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실내에 걸려 있는 독수리 그림이 칩에 그려져 있던 독수리 그림과 너무나 똑같다는 것이 강한 연계성을 갖게 하는 것이다.

데이터를 복사한 디스켓을 챙겨 주머니에 넣고,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나서 김지호 실장은 다시 한번 실내를 살폈다. 독수리 그림. 그 아래 놓여 있는 촛불의 흔적을 살폈다. 붉은 빛깔의 초였다. 초가 다 녹아내려 넓게 퍼진 촛농이 흔적으로 남아 있었다.

두 개.

촛불 심지 두 개.

김지호 실장은 타다 남은 두 개의 심지를 살폈다. 작았다. 하지만 분명히 두 개였다. 하나의 초에 두 개의 심지가 타들어간 것이었다. 김지호 실장은 두 개의 타다 남은 심지를 좀더 자세히 살폈다. 색깔이 다르고, 모양이 달랐다. 하나는 일반 심지였고, 다른 하나는 두께가 두꺼운 특수한 심지였다.

김지호 실장은 일반 심지와 형태가 다른 심지 한 개를 굳은 촛농에서 손끝으로 떼어내 주머니에 챙겼다. 데이터를 복사한 디스켓과 함께 이 사건,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에서 일어난 맨홀사건에 대한 해결의 단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수고하십시오.』

이제 자기에게 관심을 두지 않고 입구만을 지키고 있는 경찰관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섰다. 2020호실. 어쨌든 가보아야 한다. 이곳의 컴퓨터와 연결되어 있는 또 다른 컴퓨터를 확인해보고 싶고, 도대체 대용량의 광케이블을 단독으로 사용하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확인해보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2020호실. 벨을 눌렀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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