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불황 극복할 리도십이 필요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자금지원이후 기업경영 환경이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악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그동안 다른 업종에 비해 비교적 탄탄한 성장을 구가해 오던 전자업체들마저 자금난이 심각해지면서 극도의 불안감에 쌓여 있다. 상당수 업체들이 조직개편과 인력감축 등의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이미 몇몇 업체들은 부도를 내고 몰락했으며 내노라하는 전자업체들도 부도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전자업계의 관심은 온통 앞으로 다음 부도 업체가 어디냐에 쏠려 있다. 이에 따라 우량기업조차 어음할인이 안되고 현금결제 조건이 아니면 제품공급이 이루어지지 않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요즘의 어려움을 실감있게 나타내주는 한 사례를 보면 예년 이맘때쯤이면 가전업체들의 에어컨 예약행사가 몰렸을텐데 올해에는 각 업체별 예약주문 건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0~40% 정도 밖에 안 된다고 한다. 뿐만아니라 각급 학교의 겨울방학, 크리스마스, 연말연시로 이어지는 특수경기도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 다양한 판촉행사를 준비해 놓고도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IMF의 여파가 하루가 다르게 넓고 깊게 번져가고 있다. 이같은 파장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것이긴 하나 파급영향이 너무 크고 방향도 예측불허 상태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각한 것은 전자업체 경영자를 비롯 임직원들의 의욕상실이다. 대기업은 물론 중소전자업체나 벤처기업 경영자들까지 업무에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경기는 순환 사이클에 따라 호황이 있으면 불황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영자들이 기업경영에 대한 의욕을 상실하게 되면 산업의 밑바탕이 흔들릴 수 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IMF파동은 연초의 전자업체들의 부도 도미노 현상에 이어 전자업체 경영자들의 의욕상실을 심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는게 분명하다.

현재의 경제난국에대한 처방은 백약이 무효인 셈이다. 정부는 물론 기업이나 국민 모두 공동의 책임의식을 갖고 난국극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은 뼈를 깍는 아픔을 참고 난국극복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여러방법이 있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공격적인 경영전략으로 경기불황을 정면돌파하는 방법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최고경영자의 의욕과 방향설정이 중요하다.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던가. 불황에 대응하는데 있어선 개미군단의 전술적인 긴축경영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그렇게 해서는 호황이 됐을때 기회를 선점할 수 없다. 불황기에는 회사의 장기비전에 입각해 사업구조를 고도화하고 전임직원을 패배주의에 물들지 않도록 한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한 점에서 자기를 희생하고, 미래를 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진 최고경영자의 역할이 불황극복의 요체가 되고 있는게 분명하다.

한 예로 지난 93년, 창사이래 최대 위기를 맞아 미국 IBM의 새 사령탑으로 취임한 루 거스너회장은 30만명에 이르던 종업원을 18만명으로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 대대적인 경영혁신을 추진, 의사결정 단계를 간소화하고 미래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그동안 메인프레임 위주로 해오던 사업구조를 소프트웨어 및 판매 컨설팅, 프로젝트 사업 등으로 과감하게 전환해 불황을 극복하는데 성공했다.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불황을 이긴 또 다른 예로 이스트만 코닥사가 있다. 이 회사는 91년 필름산업이 사양화 현상을 보이면서 경영이 급격히 악화되자 모토롤러의 조지 피셔 회장을 새 회장으로 영입했는데 그는 취임하자 말자 제약, 가정소비재, 의료기기 등 그동안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는 사업을 정리하는 대신 포토CD, 디지털카메라, 영상전송사업 등에 경영력을 집중해 인력을 감축하지 않고도 2년내 수익을 남기는 대성공을 이룩했다. 이밖에도 최고경영자의 강력한 리더십으로 불황을 이겨낸 기업들은 많이 있다. 전자업체로서는 이번 불황을 어떻게 극복하는냐에 따라 기업이 몰락하거나 발전할 수 있다. 물론 불황을 극복하는데 있어 전사원들의 참여의식이나 동기부여를 비롯하여 자금확보, 사업구조 조정, 기업간의 전략적 제휴, 아웃소싱 등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이를 실현해 내는 것이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일부 경영자 및 임직원들의 의욕상실에 이해를 못하는 바는 아니나 이럴때 일수록 좌절해서는 안되며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해야 할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