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한창 붐을 이뤘던 다국적 정보기술(IT) 관련업체들의 인수합병 바람이 올들어 다시 불기 시작했다. 특히 인터넷을 비롯해 국가망, 기업망 등 네트워크가 전세계를 뒤덮어가는 기술추세에 맞춰 세계적 대기업들이 이 시장을 겨냥해 뛰어들면서 네트워크 전문업체 사이의 이합집산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이들 전문업체들이 때에 따라서는 신규 진출하는 대기업에 먹히기도 하고 때로는 전문업체끼리 손잡고 대기업들의 공세에 맞서기도 한다.
여기서 눈여겨 볼 부분은 전문업체들의 생존전략이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이 세계적 대기업들과 맞서기에는 역량이 달린다는 점을 감안할 때 더욱 그렇다.
전문업체들이 선택하는 생존전략은 서로 힘을 합친다는 것과 틈새시장을 적극 개척하는 일종의 게릴라 전술을 구가하고 있다는 점, 거기에 더해 매우 세밀한 시장을 겨냥하면서도 대기업들이 매력을 느낄 만한 기반기술을 개발해 낸다는 점에서 거의 공통적이다.
우리 사회가 벤처기업 육성을 외쳐대지만 이런 특성을 갖출 수 없는 벤처기업은 그 존립 의미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참신한 독자적 기술을 갖추지 못한 채 영세자본으로 목표도 불분명한 시장을 겨냥한대서야 살아남기 어려울 것은 자명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요즘 정부가 지원을 약속하는 벤처기업 육성도 방향을 올바로 잡아가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의 이상론을 극복하고 오늘에 이르게 된 배경에는 그 폭넓은 수용력이 큰 몫을 했다고 할 수 있다. 사회주의의 이상론 가운데 취할 부분을 사회주의 국가에 앞서서 수용하는 전향적 자세가 자본주의의 수명을 이어온 원동력이라는 얘기를 사회학자들로부터 흔히 들을 수 있다.
그 점에서는 오늘날 우리가 협력하면서도 경계를 늦출 수 없는 경쟁상대로 자라고 있는 중국의 역사도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중국의 최근세사는 사회주의적 폐쇄사회를 경험하며 강한 배타성을 보여 왔지만 그 결과는 국제사회 속에서 중국의 후퇴를 초래했다. 그러나 장구한 중국의 역사는 중화사상으로 표현되는 다른 문명의 과감한 수용으로 그 힘을 키워왔음을 보여준다.
비록 한때 중국 영토를 외세가 지배했을지라도 결국은 중화사상으로 녹아들며 중국 역사를 살찌웠다는 역설적 결과는 우리가 새로운 문명, 외국의 기술과 사상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소화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의미있는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를 중심으로 세계를 소화해내는-그것이 비록 적의 사상과 기술일지라도-유연성, 포용성이야말로 기술적 후진성을 극복하고 세계사의 대열에 당당히 서기 위해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될 만하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을 보여주는 기업들은 그것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생존에 성공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아무리 현재의 지배력이 커도 생존에 곤란을 겪고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IT업계에서도 적잖이 발견된다. 대표적으로 우리가 비교해 볼 만한 대상이 아마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애플이 초기 개인용 컴퓨터라는 신선한 개념과 제품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할 때 지금 그 회사가 겪고 있는 곤란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배타적 운용체계를 고집해온 애플은 결국 어려움을 겪는 반면 더욱 개방적이며 공격적인 정책을 구사해온 마이크로소프트는 이제 정상의 자리를 단단히 지키며 세를 계속 키워가고 있다.
그런 점에서는 IBM이 배타적 정책을 버리고 수용성을 확대하면서 곤란한 상황을 극복해가는 과정도 같은 사례로서 참고할 만하다.
세계화를 향해 전진하는 우리 기업들의 생존전략도 결국은 그 연장선상에서 세워져야 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에나 호소하고 독특한 기술도 갖추지 못한 채 자금지원이나 바라는 자세로는 생존을 보장받기 어려울 것이다. 전쟁에서도 힘이 약한 편은 전면전보다 게릴라전으로 승부하는 게 원칙이라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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