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동통신시장의 무한경쟁

개인휴대통신(PCS) 3사가 10월 상용서비스를 앞두고 지난 1일부터 일제히 시험서비스에 나섬으로써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불꽃튀는 경쟁체제에 돌입하게 됐다. SK텔레콤, 신세기통신 등 기존 2개 휴대전화(셀룰러 폰)사업자가 각축을 벌이던 이동통신시장에 한통프리텔, 한솔PCS, LG텔레콤 등 3개 PCS사업자가 가세해 접전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PCS나 휴대전화는 사용 주파수 대역과 음질을 결정하는 음성부호화기술만 다를 뿐 같은 음성위주의 통신서비스로 동일한 시장을 놓고 가입자확보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PCS서비스의 시작은 이동통신서비스의 다양화뿐 아니라 사업자간 경쟁 촉진으로 이동통신시장 구조를 소비자위주로 재편시킬 것이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2개 이통통신분야 5개 사업자 가운데 더 값싸고 통화품질이 좋은 서비스를 고를 수 있게 되어 선택환경이 한층 좋아졌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가입자를 하나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요금을 내려야 하는 등 경쟁력 강화에 힘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이같은 환경변화는 국내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98년 통신시장 개방에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러나 PCS와 휴대전화 사업자간 경쟁이 접전 초기부터 국제경쟁력 배양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통화품질 공방이나 요금 및 단말기 가격 인하 등 과열경쟁으로 치닫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된다. 휴대전화 사업자들이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보증금을 보증보험비로 대체한 데 대응해 일부 PCS사업자는 보험비까지 폐지하겠다고 한다. 또 PCS사업자들이 최근 요금체계를 기존 휴대전화보다 3분의 1 싼 값으로 확정 발표하자 휴대전화 사업자들도 곧 기본료와 통화료를 인하할 계획이라고 맞받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서비스 5사는 가입자 유치가 목표에 이르지 못할 경우 통화요금과 단말기 가격을 더 내리는 출혈경쟁을 벌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이번 임시국회에서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돼 시장지배업자도 다른 사업자와 마찬가지로 신고만으로 요금을 조정할 수 있어 우려를 더하게 하고 있다.

물론 이동통신 사업자간 요금 및 단말기 인하 경쟁은 현재 4백40만명 수준인 우리나라 이동전화 인구를 2000년에 1천6백만명으로 늘려놓는 등 개인이동통신 대중화시대를 열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설비투자 밑거름이 되는 보증금을 다투어 폐지하고 순이익과 직결되는 기본료와 통화요금마저 계속 인하하고 있는 것은 제살깍기식 이전투구로 비쳐져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기지국 설치에만 조단위 비용을 투자해야 하고 특히 2,3년 단위로 광대역PCS, 저궤도 위성이동통신(GMPCS)으로 도약하기 위해 끊임없이 설비투자를 해야 할 이들 사업자들이 자본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은 올바른 경쟁태도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요금인하가 고객을 유인하는 중요한 수단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무엇보다 서비스 질 향상만큼 확실한 경쟁수단은 없다. 기존 휴대전화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접속률이 낮고 통화중 잘 끊기거나 음질이 나쁘다는 것이라고 한다.

소비자들은 요금이 다소 비싸더라도 통화가 잘되는 이동통신서비스를 원한다. 휴대전화보다 기술적으로 한발 나아간 차세대 이동통신인 PCS서비스에서까지 이런 일이 되풀이돼선 안된다는 점을 사업자들은 인식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이 98년 통신시장 개방에 대비, 경쟁시대를 이겨나갈 수 있는 기술력과 서비스 품질을 갖추는 것이다. 기술력과 품질확보가 전제된 후 저렴한 요금정책과 보다 나은 서비스가 경쟁수단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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