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재도약의 의지를 다지자

우리나라의 전자수출이 잠정집계이긴 하지만 지난 82년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가운데 96년도 역사의 저편으로 사라지고 있다. 한해를 마감하면서 돌아보는 96년은 연초부터의 불황과 계속된 경기침체로 최악의 해였으며 새해의 문턱에서 내다보는 내년도 경기회복의 기미가 없어 국내 전자, 정보통신업체의 표정은 어둡고 침울하다. 한마디로 올해는 불황의 긴 터널에서 모든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고전한 1년이었다. 우리나라 전자수출을 주도해온 주요 업체들이 수출부진으로 연초 세운 목표치에 대부분 미달했고 특히 그동안 국내경기를 선도하던 반도체와 정보통신 분야 등 전자수출이 14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서 모든 업체들이 부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가 잠정 집계한 올해 전자수출 실적에 따르면 올해 수출액은 총 4백16억5천만달러로 지난 82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대비 4.4%의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부문별로는 가정용이 81억9천만달러로 전년대비 4.3%, 산업용이 83억2천만달러로 8.5% 각각 소폭 증가한 반면 그동안 수출확대에 크게 기여했던 반도체를 포함한 부품은 2백51억4천만달러로 전년에 비해 10.4%나 감소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현상은 올들어 엔低현상과 함께 우리의 주력제품인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수출이 급격히 줄어들었고 컬러TV, 냉장고 등 가전제품의 판매호조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수출상품 개발 및 시장다변화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문제는 내년에도 전자산업의 경기전망도 별로 밝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 전자, 정보통신업체들이 나름대로 불황극복을 위한 감량경영과 원가절감 등에 나섰지만 수출여건이 계속 나빠져 별다른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전자산업진흥회가 1백20개 전자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97년 전자산업 경기전망 설문」에 따르면 내수 및 수출에서 전자산업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다소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내년도 투자는 전체적으로 올해보다 2.6%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한마디로 올해와 같은 전자산업의 불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는 올해를 마감하는 이 시점에서 국내 기업들이 불황극복을 위해 장기적인 시각에서 근본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경쟁력을 높여주기 바란다. 이제까지 그렇지 않은 기업들도 적지 않지만 일부 기업은 호황일 때 경쟁력의 가장 근원인 기술개발이나 품질개선 등에 소홀했던 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사세를 확장하거나 기업규모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분야에서 최고가 되기 위한 기술개발과 품질개선에 주력해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무리 불황이 계속돼도 그 분야 최고의 기술과 품질을 자랑하면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매출이 줄어들지 않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같은 가격이면 품질이 우선인 제품을 소비자는 찾게 마련이고 품질이 비슷하면 싼 제품을 사는 것이 소비자들의 기본 마음가짐이다. 그렇다면 기업들이 해야 할 일은 경쟁제품보다 품질을 좋게 하든지 아니면 가격을 싸게 하는 식으로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야 시장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더욱이 첨단기술은 남에게 의지할 수 없다. 높아지는 기술장벽으로 인해 첨단기술은 쉽게 이전받을 수 없다. 따라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첨단기술 개발에 지금보다 더 많은 인력과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

최근 불황이 계속되자 기업들의 감량경영이 계속되고 있다. 남아도는 인력이나 기구 등은 하루빨리 정비해 원가를 절감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데는 오랜 시일이 필요하다. 자칫 내부검토가 부족한 획일적인 감원은 종업원들의 의욕을 떨어뜨리고 나아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외국의 유력기업들이 평상시 직원들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과 품질향상 노력으로 불황에 대비하는 사례를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이래저래 우리는 많은 숙제를 안고 새해를 맞는다. 그러나 올해 우리가 겪었던 수많은 우여곡절을 교훈으로 여기고 내년에는 모든 기업들이 현재의 위기를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선진국으로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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