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전유통의 경쟁력 강화 방안

내년도 유통시장의 완전개방을 앞두고 있는 우리나라 가전업계의 지속적인 발전은 가전유통의 경쟁력강화에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전유통의 경쟁력 강화는 연초 통상산업부의 산업정책운용계획에서는 물론 재정경제원 의 금년도 업무계획등 기회가 있을때마다 정부가 강조해온 사안이다.

가전유통의 경쟁력 강화는 정부의 정책수단만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정부 가 가전제품의 경쟁력강화에 역점을 두는 정책을 시행하는데는 현실적인 여건등 제한요인이 있을뿐 아니라 업계의 자생의지가 전제되어야 한다.

정부가 외산제품의 수입을 제한하고 무자료거래를 근절하는등 공정한 유통질서 확립을 추진한다고 그것이 곧 가전유통의 경쟁력강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리점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려는 의지가 전제되지 않고는 가전유통의 경쟁력강화는 기대할 수 없다.

홍재형 부총리겸 재정경제원 장관은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전경연주최 최고경영자하계세미나 특별강연회에서 가전업체의 전속대리점제도를 폐지하겠다 고 밝힌바 있다.

홍부총리의 주장은 재경원이 가전유통과 관련、 그동안 일관성을 갖고 추진 해온 정책기조라는 점에서 새삼스러울게 없지만 최고경영자세미나에서 어느 때보다 강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홍부총리의 발언을 통해 엿볼 수 있는 가전유통에 대한 재경원의 시각은 앞으로 가전업체가 주도하는 전속대리점제를 전면 폐지함으로써 그동안 가전업체들이 행해오던 소비자가격 통제나 판매지역의 제한등 불공정거래행위를 완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가전대리점의 자율적인 경쟁에 의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게 재경원의 입장인 듯하다.

이러한 재경원의 정책방향은 원론적인 면에서 분명 옳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가전유통환경은 정책내용을 뒷받침할 만큼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고이에 대한 문제해결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재고의 여지가 많다. 먼저 제품공급업체인 가전업체와 대리점간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 질 것인가가문제로 제기된다. 가전대리점으로 하여금 여러업체의 제품을 모두 취급하면 서 스스로 가격을 결정하고 마음대로 판매하도록 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틀리지 않으나 그럴 경우 지금처럼 자금을 비롯 마케팅、 판촉등과 관련한 가전업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애로가 있다.

현재 국내 가전대리점은 5천개에 이르지만 가전업체의 도움없이 스스로 고객 을 끌만한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판촉행사를 할 수 있는 대리점은 별로 없다. 더욱이 가전업체의 30일이상의 여신기간과 제품가격의 10%정도에 이르는 후마진없이 운영할 만한 대리점도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대리점의 이같은 상황에 비춰볼때 재경원이 전속대리점제를 폐지、 특정업체 에 소속돼 있는 대리점으로 하여금 모든회사의 제품을 취급토록 한다는 것은현실적으로 어렵다. 제품공급업체 입장에서 보면 자사제품을 많이 팔아줄만한 대리점에 대한 지원을 늘릴 것이 뻔하고 자금력이 부족하고 영세한 대리 점에 대해서는 제품공급을 거절할수도 있다. 대리점의 규모에 따라 "부익부.

빈익빈"현상이심화되고 결국에는 가전유통 전체가 크게 흔들릴 수밖에 없다. 재경원의 정책방향이 가전유통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맞춰져 있다면 정부주도의 급격한 유통구조변화를 유도하는 것보다는 산업구조와 기존 가전업체와 대리점간의 관계등을 감안하여 충격을 극소화하면서도 점진적으로 이를 실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됐으면 한다.

가전대리점의 건전한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무자료거래、 원가 이하의 덤핑 경쟁문제에 대해 정부의 세심한 관심이 요망되며、 외산제품의 무분별한 유입을 효과적으로 막고 수입제품에 대한 사후관리를 철저히 할 수 있는 정책 적 배려도 생각해 봐야한다.

가전업체와 대리점간의 갈등요인이 되는 밀어내기식 판매와 정책대리점과 일반대리점과의 차별적인 지원등과 같은 불공정거래행위를 금지하는 것도 가전 유통 경쟁력강화를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조치가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가전대리점의 연간매출액은 5억~15억원정도이고 점포면적도 15~25평에 불과하며 종업원도 사장을 포함해 3명을 넘지 않는게 일반적이라는 현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정부는 전속대리점 철폐에 앞서 가전업체의 지원에만 의존하고 있는 대리점 들이 매장확대와 함께 선진마케팅기법을 도입、 대리점운영에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책 지원과 환경조성에 일차적인 관심을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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