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의 폭락과 함께 일본 엔화가 사상 초유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엔화는 1달러당 94.05엔에 거래돼 전후 최고수준 을 기록했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도 엔화는 달러당 95.35엔으로 시작돼 도쿄시장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국내 시장에서도 3일 엔화는 1백엔당 8백2 7원으로 고시돼 종전 최고치였던 지난해 7월의 8백27원73전을 넘어섰다.
이에따라 일본 정부는 선진 7개국에 협조를 요청、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 등이 긴급히 개입했으나 달러화의 폭락과 엔화의 폭등세를 막는 데는역부족이었다. 일부 기관은 엔화가 오는 4.4분기에는 달러당 90~92엔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일본 기업체들이 결산기인 3월을 맞아 수익조정을 위해 미국내 자산을 매각했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달러화대신마르크화나 엔화를 기축통화로 보완하려는 경향과 영국 베어링스사 파문등이 복잡하게 작용했다. 베어링스사로부터 상처를 입은 국제 외환시장은 이번 사태로 인해 적지않은 충격을 받고 있다. 환율파동까지 우려하는 시각도 없진않다. 이같은 사태가 분명 외환시장에 불안을 조성하고 있지만 미국은 비교적 느긋한 분위기다. 즉 미국은 지난해 달러화가 급락하면서 엔화가 급등했을 때 FRB는 10억달러를 방출, 사태를 다소 진정시켰다. 그러나 지난해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달러화가 급락했는데도 FRB는 지난 2일 4억달러를 동원하는데 그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의 이같은 자세를 볼때 앞으로 달러가치가 반전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특히 엔화의 강세는 더욱 진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 다. 미국의 방조 가운데 직면한 엔화의 상승앞에서 일본은 이제 어쩔수 없는지경에까지 와버린 것이다.
우선 일본은 엔고로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엔화가 고평가 되면종래와 같은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엔고분 만큼 생산성을 높이지 않으면 안된다. 따라서 경쟁이 치열한 국제시장에서 계속 치솟는 엔고를감당하기는 마른 수건을 쥐어짜야 하는 것처럼 힘든 일이다.
이번 사태가 발생한 데에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달러화의 폭락은 바로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수지적자 때문이며 엔화의 폭등은 장기적인 일본의 경기부진 탓이다. 일본은 거품경제를 거치면서 이른바 "헤이세이 불황 평성불황 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일본은행이 조사한 분기별 경기동향지수를 보면 지난해 11월 마이너스 29에서 올해 2월에는 다소회복 됐다고 하나 여전히 마이너스 21로 나타났다. 일본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대규모 공공투자 를 단행하고 금리를 내려도 수요부진은 타개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수요가 늘지않는 것은 그림의 떡이 돼버린 주택과 같이 적지않은 것들이 수요자들의 손에 잘 닿지 않기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하나의 요인으로는 혼란한 정치、 장기적인 경기부진 등으로 일본 장래 자체가 어떻게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불황을 극복해왔던 비용절감에 의한 점유율 경쟁도 최근에는 매출 수량은 늘지않고가격이 내려갈 뿐이어서 기업체들은 대부분 그 결과로 매출이 줄고 이익을 내지 못해 실질적으로는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은 내수경기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수출에 더 주력할 수밖에없다. 그런데 수출로 과당경쟁을 하면 국제적인 마찰을 일으키고 엔고는 지속돼 더욱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된다. 특히 단기적으로 대폭적인 생산성 향상 을 달성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생산비용이 저렴한 해외로 생산기지를 이전해야 하나 이젠 그것도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일본이 엔고 환경에서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은 부가가치가 낮은 "하드" 분야에서 독창성이 강한 "소프트"적인 분야로 구조를 전환 할 수밖에 없다.
또하나는 경제규제를 과감히 철폐하는 일이다. 일본정부는 그동안 자동차.
가전.컴퓨터등 산업에서 벌어들인 돈을 농업.유통.건설.금융.공공사업등에 보조금 형태로 지급했다. 따라서 일본은 이같은 경제적 규제를 철폐、 기업 이 스스로 혁신을 통해 자생력을 갖추지 않는 한 공멸할 수밖에 없게 됐다.
메이지유신(명치유신) 이후 급속한 성장을 했던 일본은이제심각한난관에처했 음은틀림없다. 미국을 좇았던 일본처럼 우리도 일본을 따라잡기 위해서 앞만 보고 달려왔다. 우리가 엔고에 처한 제2의 일본이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그렇지만적어도 일본의 전철은 밟는 어리석음을 택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본이 엔고를 초래한 원인을 다시한번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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