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적재적소 인사 중시해야

"그 정도면 괜찮아". 언젠가 NHK프로그램에서 한국사람의 생활양식과 사고방식을 비평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한 적이 있다. 상품을 만들때나 기획을 수립할 때 치밀하고 철저하지 못한 우리의 태도를 꼬집은 말이다.

내것은 중요하고 남의 것이나 내것이 아니면 모든 사람이 공유하는 것은 등한히 취급하고 우습게 생각하는 도덕과 윤리의 결여가 우리한국사람의 흠이고 문제이다.

반포대교의 아랫다리인 잠수교를 건너본 사람은 느꼈으리라 생각하지만 그처럼 울퉁불퉁한 다리를 어떻게 수도 서울의 다리라고할 수 있을까. 세계 어느나라 다리치고 이와같이 끝손질이 나쁜 다리는 보기 드물다. 자기가 살 아파트는 몇천만원씩 들여 치장을 하지만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공시설에는 관심이 없는지 그 흔한 가십에도 오르지 않는다. 그동안 하루가 멀다 하고 땜질을 하고 있는 고속도로의 모습에 많은 사람이 짜증을 느꼈겠지만그와 같은 부실공사가 17개 한강교에 미칠줄은 상상하지 못했을 게다. 구포 의 열차 탈선사고, 신행주대교 붕괴, 내외륙의 선박 참사, 2만여전화 회선의 불통사고에 관대했던 국민들이 성수대교와 인천.부천의 세도사건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이 나라가 무엇인지 크게 잘못되어 있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성수 대교를 위시한 모든 공공시설의 부실은 오로지 이익만을 추구하는 부도덕한 기업의식과 조기목표달성이라는 관료들의 공명심이 빚어낸 합작품이었다.

우리 국민은 언제부터 이토록 책임과 도덕성에 불감증에 걸리게 되었을까.

조선시대권력을 쥔 권문세가들은 말단 서이들과 야합하여 백성들의 고혈을 착취했다. 이러한 이조시대의 세도정치가 아닌 세도정치가 아직까지 남아 있다는 말인가. 선진국 감리회사에 대한 문호개방을 꺼리는 사태도 이와 일맥 상통하는 것이 아닐까.

국민의 눈앞에 대형사고가 현실로 나타났길래 망정이지 그동안 우리국민의 거칠고 성의없는 태도는 수면밑에 감추어져 있었다. 수출품 속에 망치나 신문지를 쑤셔넣고 나사가 박혀야 할 때 이를 빼먹어 우리나라 상품의 이미지 를 크게 손상시켰으니 기업체는 이를 쉬쉬 감추고 인원을 파견하여 수리하거나 클레임으로 처리했다. 우리의 정신과 생활태도가 이래도 되는 것인지 한숨만 터져 나온다. 2천여만명의 학부형이 자식교육에 열을 올릴수록 이와 반비례하여 윤리와 도덕은 땅에 떨어지고 있다.

관료들은 국민들에 대한 봉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공명심과 관료로서 의 출세만을 목표로 하고 기업은 근시안적인 이익과 오로지 그들의 사세확장 에만 집착하고 있는 한 무슨 수로 우리사회의 병폐를 없앨 수 있겠는가.

문민정부는 기회가 있을때마다 과거의 군사정부와의 차별성을 강조해 왔으며또 모든 국민은 문민정부가 군사정부와 달라지길 원하고 있었으나 관료와 기업의 근본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이 근원적으로 과거와 달라지지 않는다면모든것은도로아미타불이다. 작년초 문민정부가 들어서면서부터 부정공직자의 추방운동을 벌이자 별안간복지부동이라는 용어가 튀어 나왔다. 복지부동한 관료들이 인천, 부천에서와 같은 대담한 부정을 어떻게 저지를 수 있겠느냐는 사실을 상기해 볼때 결국 복지부동이란 신정부에 대한 관료들의 도전장에 불과한 셈이었다.

이열치열이라는 말과 같이 공무원의 기강을 바로 잡으려면 공무원의 조직과 행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하여금 다스리도록 해야 하고 기업의 부도덕 은 기업의 생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에게 다스리도록 해야 한다. 성수대교가 무너지자 공사를 맡았던 D건설은 1천5백억원을 투입하여 새로운 교량을 지어국가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 뒤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마련하는등 후속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전례와 같이 흐지부지 될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정치권이 관료, 기업, 국민을 대하는 데에는 정정당당해야 하고 일벌백계로 다스려야 한다. 싱가포르 정부는 미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법을 어긴 미국 소년을 매로 쳐서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법을 적용한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실권자인 이광요는 청렴하고 능력과 자격을 갖춘 인재를 널리 발탁하고 있다. "법의 공정한 적용", "인사는 만사"라는 것은 싱가포르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고금동서에 통하고 있는 진리이다. 단지 실천에 옮기는 데 있어서실기와 우유부단이 없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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