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통신개방" 대응 노력 아쉽다

오래 동안 온실속에서 자란 우리나라 통신서비스시장도 VAN(부가가치통신망) 개방을 기점으로 국제화의 물결에 휩쓸리게 되었다.

지금세계통신시장은 기술혁신으로 이합집산의 회오리바람에 휘말리고 있다.

AT&T는작년 8월 미국 제1의 셀룰러업체인 맥코사를 인수했다. AT&T의 공중공격 셀룰러 에 지금까지 7개지역벨사(BOC)들이 독점했던 지상(유선) 통신 사업은 큰 위협을 받게되었다.

작년10월 지역벨사중의 하나인 벨어틀랜틱은 미국제일의 CATV업체인 TCI 와의 합병을 발표하고 FCC(연방통신위원회)의 허가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벨어틀랜틱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기간통신선로인 광케이블에 TCI가 포설한 동축케이블을 연결하여 각가정에 영상.데이터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한편 모토롤러는 이리듐프로젝트로 LEO(저궤도위성)66개를 지구상에 띄워 육상은 물론 선박 또는 항공기내에서도 각종 통신이 가능하도록 전세계를 커버 할 수 있는 통신망을 1997년완성을 목표로 건설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추세를 볼 때 고어부통령이 주창한 21세기를 향한 거대한정보고속 도로건설은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더구나 FCC가 7개 지역벨사에게 통신기기의 제조마저 허용한다면 미국의 기업은 하드웨어와 소프트 웨어면에서 그들의 뛰어난 기술과 규모의 경제를 살려 막강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우리나라는1970년대말까지 우회기능(공통제어기능)도 없는 전화기를 세계에 서 가장 비싸게 공급해왔다. 비록 1980년대 TDX-1을 우리손으로 개발하여 공급해 오기는 했으나 이는 앞으로 다가올 ISDN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기종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더욱이 셀룰러에 있어서는 교환기를 국산화하지도못한 채 디지틀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한편CATV의 경우에는 이제 겨우 전국을 43개지역으로 분할하여 95년에 방송 을 개시할 예정이나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여 앞으로 국제화에 어떻게 대처 하여 나갈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한국통신과데이터통신의 서비스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생산된 기기를 사용함으로써 국내업체육성에 많은 기여를 해 왔으나 앞으로 통신시장이 전면 개방 되면 이들도 외국업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불가불 성능 좋고 값싼 기기를 구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다.

방송, 유선통신, 무선통신(셀룰러), CATV, LEO가 하나로 융합하고 서비스에 있어서도 음성뿐 아니라 영상.데이터로 확대되는 추세인 현재 영세한 우리나 라통신기기 제조업체와 서비스업체는 축적된 기술도 없거니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한 채 하드웨어면에서는 AT&T.알카텔.NEC.에릭슨 등과, 소프트 웨어면에서는 AT&T.BOC와 경쟁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생산은상공부, 통신서비스는 체신부, 방송은 공보처로 나뉘어 집단적인 이기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방송.통신.생산에 관련되는 정부조직을 근본적으로 개편하고 관련법규를 통합, 단순화하지 않는한 우리나라전자업계는 가만히 앉아서 외국의 진출에 손을 들 수밖에 없다.

정도의차이는 있겠으나 다른 산업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정부는 우루과이라운드와 한국"이라는 홍보책자를 발행, 배포하고 있으나 이 책자는 선진 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술혁신이 산업계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알려주지 못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정계와 업계를 비교해 볼 때 국제화에 있어서는 어느 각도에서 보든지 업계 가 앞서 있다. 과거에도 그랬으나 장차 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기 위해서는 산업을 직접 이끌어가야 할 업계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규제를 완화하고 이에 걸맞게 정부조직을 대폭 개편하지 않고는 우리가 맞이 하고 있는 제2개국에 대처하지 못한다.

지금까지불필요한 잔소리로 일관했던 국가관리방식은 빠른 시일내에 떨쳐버려야 한다. 혁신적인 발상의 전환없이는 우리나라는 또 다시 세계하위권으로물러나야할 운명에 놓일지도 모른다.

지금미국의 기업들은 리엔지니어링이 한창이다. 우리나라는 기업뿐 아니라정부조직의 리엔지니어링이 절실히 필요한 때이다. 정부 조직과 제도가 복잡 하면 할수록 기업에는 불필요한 인력과 기구가 군생하게 된다.

정부가먼저 과단성있는 결단을 해야 기업도 이에 맞추어 모든 조직을 바꾸고 경쟁력 있는 체제로의 전환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여유는 그리 많지 않다. 지금은 속히 서둘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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