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재가 가공을 거쳐 부품이 되고 완성차에 탑재되기까지 탄소 정보도 함께 이어질 수 있을까.”
각 생산 단계의 탄소 데이터를 연결하는 일은 자동차 공급망의 과제다. 기업마다 따로 계산하던 정보를 일관된 기준으로 산정하고 다음 단계 기업이 활용할 수 있도록 교환해야 하기 때문이다.
글래스돔은 지난달 LG화학, 신성오토텍, 신소재산업, LG전자, KG모빌리티(KGM) 등 5개사와 함께 카테나엑스(Catena-X) 제품탄소발자국(PCF) 데이터 교환 파일럿을 완료했다고 5일 밝혔다. 기업별 탄소 데이터를 공급망을 따라 연결하고 교환하는 체계를 세계 최초로 실제 생산 현장에서 검증한 사례다.

파일럿에서는 업계 평균에 의존한 추정값과 실제 생산 데이터 기반 산정값을 비교한 결과 원소재 단계부터 부품 단계까지 제품탄소발자국(PCF) 산정값이 최대 18.4% 낮게 나타났으며, 모든 공급망 단계에서 데이터 품질도 개선됐다. 이번 결과는 표준화된 산정 방법론과 1차 데이터, 안전한 데이터 교환을 결합해 공급망의 탄소 정보를 보다 정밀하게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번 파일럿은 기후에너지환경부 'LCA 기반 탄소관리를 위한 중소·중견기업용 데이터플랫폼 연구개발 및 실증' 과제의 자동차 부품 분야 실증과 연계해 추진됐다. 글래스돔은 과제 참여기관으로서 부품 가공을 담당하는 실증기업 2곳에 데이터 수집 인프라를 구축하고, 수집한 제품·공정 데이터를 기반으로 PCF를 산정해 공급망 내 탄소 데이터 교환으로 연결했다.
파일럿은 공급망 데이터 연결을 지원하는 글로벌 데이터 공유 생태계 '카테나엑스'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카테나엑스는 자동차 산업의 다양한 활용 분야에 필요한 데이터 교환 표준을 정립하고 있다. 특히 PCF 부문은 국제표준인 ISO 14067을 기반으로 자동차 공급망에 특화된 산정 지침인 '카테나엑스 PCF 룰북'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서로 다른 기업도 일관된 기준으로 탄소 정보를 산정하고 공유할 수 있다.
파일럿에는 LG화학, 신성오토텍, 신소재산업, LG전자, KGM이 참여했다. LG화학이 공급한 수지가 신성오토텍과 신소재산업의 중간 가공 단계를 거쳐 버튼과 패널 등으로 만들어지고, LG전자의 전장 부품에 적용된 뒤 최종적으로 KGM 무쏘 Q270에 탑재되는 구조다.

글래스돔은 5개 참여사의 실제 생산 데이터를 기반으로 각 공급망 단계의 PCF를 산정해 다음 단계 기업에 공유했다. 이를 통해 원소재부터 완성차까지 공급망 각 단계의 탄소 정보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글래스돔과 신성오토텍은 신소재산업의 생산 현장에 데이터 수집 체계를 구축했다. 공정별 수집 지점을 정의하고 계측·통신·저장 장치를 수집 시스템과 연계해 에너지 사용량과 원재료 투입량 등 실제 생산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렇게 수집한 제품·공정 데이터는 탄소관리 플랫폼으로 전송돼 PCF 산정과 데이터 품질 관리에 활용됐다.
글래스돔은 실제 생산 데이터 적용에 따른 차이를 확인하기 위해 PCF를 두 가지 방식으로 산정했다. 먼저 산업 데이터베이스의 유사 제품·소재 정보와 참조값으로 추정 PCF를 산정했고, 이후 5개 참여사 모두의 실제 생산 데이터를 적용해 PCF를 다시 산정했다.
추정 데이터와 실제 생산 데이터로 각각 산정한 PCF를 비교한 결과, 원소재부터 부품 단계까지 실제 생산 데이터 기반 산정값이 추정값보다 최대 18.4% 낮게 나타났다. 완성차에 가까운 단계에서는 산정값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났지만, 데이터 품질은 모든 단계에서 개선됐다.
데이터 품질은 데이터 품질 등급(DQR)으로 평가했다. 1~5점 척도에서 점수가 낮을수록 실제 생산 조건에 가까운 데이터를 의미한다. 이번 파일럿에서는 실제 생산 데이터 적용으로 DQR 점수가 최대 1.47점 낮아져 데이터 품질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PCF가 최대 18.4% 낮게 산정됐다는 것이 실제 공정의 배출량이 감축됐다는 뜻은 아니다. 기존에 유사 제품이나 산업 평균 데이터로 추정하던 값을 실제 생산 데이터로 대체하면서 산정 결과가 달라진 것이다. 이번 비교는 실제 생산 조건을 보다 충실하게 반영한 탄소 정보를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는 설명이다.
정확한 탄소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과 함께 기업 간에 필요한 정보를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공유하는 일도 중요하다. 카테나엑스는 공통 표준과 규칙에 따라 공급망 파트너 간 데이터를 교환할 수 있는 데이터스페이스를 제공한다.
이번 파일럿에서는 PCF 정보를 원소재 공급업체에서 완성차 제조사까지 단계적으로 전달했다. 각 기업은 공급망에서 직접 연결된 다음 단계 기업과 데이터를 교환하고, 데이터 요청과 응답의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이메일과 같은 개별적인 방식보다 공급망 전반의 데이터 전달과 협업 이력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설명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고객사의 탄소 정보 제출 요구와 각국의 공급망 배출량 관리·보고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망 각 단계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제품 단위의 탄소 정보를 신뢰할 수 있는 근거와 함께 제시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 글래스돔은 이번 실증을 통해 현장 데이터 수집부터 PCF 산정, 데이터 품질 평가, 글로벌 데이터스페이스 연계까지 이어지는 전 과정을 실증했다.
함진기 글래스돔 대표는 “글로벌 완성차 시장의 탄소 규제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단순 추정치에 의존한 탄소 관리는 글로벌 고객사의 눈높이에 맞추기 어렵다”며 “현장의 실측 1차 데이터와 글로벌 표준 데이터스페이스의 결합을 통해 국내 부품사들이 탄소 무역 장벽을 넘어 확실한 수출 경쟁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본 기사는 기후에너지환경부(MCEE)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기사입니다. (No. RS-2024-00400653)
정현정 기자 ia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