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트] 고3 화이트해커, 정건우 스틸리언 연구원 “AI 해킹, 결국 AI로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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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건우 스틸리언 연구원 이동근기자 foto@etnews.com

“AI 공격은 인간이 방어하기보다 AI가 직접 방어해야 속도를 맞출 수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국내외 해킹대회에서 잇달아 수상한 고등학생 화이트해커 출신 정건우 스틸리언 연구원이 국제 사이버훈련을 통해 얻은 결론이다. AI의 해킹 실력이 숙련된 인간 전문가를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공격 속도와 동시다발적인 수행 능력은 기존 보안체계에 새로운 과제를 던졌다는 것이다.

현재 고3이면서 산학연계 과정으로 스틸리언에서 근무하고 있는 정 연구원은 중학교 1학년 때 코딩을 접한 뒤 화이트해커의 길을 택했다. 선린인터넷고 정보보호과에 진학해 국방부 화이트햇 콘테스트 청소년 부문 우승, 국가정보원 사이버공격방어대회(CCE) 청소년 부문 준우승 등 수상 경력을 쌓았다.

이후 스틸리언에 합류해 AI 보안 연구와 취약점 진단 기술 개발을 맡고 있다. 특히 지난 9월 국제 사이버훈련 'APEX 2026'에서 종합 1위를 기록한 AI 방어체계 '프로젝트 팔랑크스'의 핵심 시스템 설계·개발에 참여했다. 팔랑크스는 국가정보원 국가사이버안보센터 주도로 민·관·군 전문가들이 공동 개발한 프로젝트다.

정 연구원은 최근 인터뷰에서 “AI의 장점은 속도”라며 “AI가 공격하는 만큼 방어 역시 빨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훈련에서 AI 공격팀은 알려진 취약점을 활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러 취약점을 조합해 새로운 침투 경로를 찾아냈다. 사전 설정된 시나리오를 벗어난 공격도 수행했다.

정 연구원은 “레드팀 전문가가 보기에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은 전형적이지 않은 공격을 수행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 취약점으로 서버의 소스코드를 확보한 뒤 다른 보안 허점을 찾아 시스템 장악으로 연결하는 복합 공격을 예로 들었다.

방어 과정에서는 AI의 속도가 두드러졌다. 공격으로 서버가 다운되자 인간 방어팀은 복구와 원인 분석에 시간이 필요했지만, AI 방어팀은 두 작업을 동시에 수행했다. 공격 로그를 분석해 원인을 찾아내고 취약점을 수정해 추가 침투도 차단했다.

팔랑크스는 실제 보안조직을 본떠 본부장·팀장·팀원 역할을 맡은 AI 에이전트로 구성됐다. 본부장 에이전트가 전체 상황을 파악하면 팀장과 팀원 에이전트가 분석·복구·조치를 수행하는 구조다. 보안 전문가의 판단 노하우를 반영해 최대 15개 보안 사고를 병렬 처리하도록 설계했다. 빠른 속도를 제공할 수 있는 이유다.

정 연구원이 주목하는 또 다른 변화는 해킹의 진입장벽이 낮아졌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일정 수준의 보안 지식이 필요했던 공격도 이제는 AI에 지시해 수행할 수 있다. 공격자가 적은 비용으로 광범위한 취약점을 탐색할 수 있는 만큼 방어자도 일회성 점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만 AI에 모든 판단을 맡기는 것은 경계했다. 실제 훈련에서도 AI가 정상 이용자의 접근을 막는 등 잘못된 조치를 수행해 작업을 중단한 사례가 있었다. 인간 전문가의 감시와 통제가 필요한 이유다.

정 연구원은 앞으로 AI의 판단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높여 인간 전문가도 해결하기 어려운 보안 문제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도 넓어질 것”이라며 “AI 자체의 문제 해결 능력을 고도화하고 이를 실제 보안 기술에 적용해 성과를 입증하고 싶다”고 말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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