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헌 서울용산국제학교 학생, 디지털 녹지 지도 'Green Seoul Map' 개발
공원·정원·도시농장 정보 통합…시민 참여 기능으로 녹지 접근성 높여

“서울에는 생각보다 많은 녹지가 있습니다. 그런데 가까운 곳에 공원이나 정원이 있어도 존재 자체를 모르면 시민에게는 없는 공간이나 마찬가지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서울용산국제학교 12학년 이승헌 학생이 서울의 녹지 공간 1,400여 곳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디지털 지도 'Green Seoul Map'을 개발하게 된 계기다.
서울에는 잘 알려진 대형 공원뿐 아니라 동네 정원과 도시농장, 소규모 녹지 공간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들이 자신의 생활권 주변에 어떤 녹지가 있는지 쉽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 학생은 이러한 문제에 주목해 서울 전역에 흩어진 녹지 정보를 하나의 지도에 담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Green Seoul Map은 서울 곳곳에 분포한 공원과 정원, 도시농장 등 1,400여 개의 녹지 공간을 통합한 인터랙티브 웹 플랫폼이다. 이용자는 지역별 녹지 공간을 탐색하고 각 장소의 상세 정보와 다양한 교통수단을 활용한 접근 방법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여러 곳에 분산된 녹지 데이터를 수집·정리하고, 이용자가 필요한 정보만 선택할 수 있도록 레이어와 필터 기능을 적용했다.
공원의 경우 체육시설과 편의점 등 편의시설 정보는 물론 반려동물 출입 가능 여부까지 확인할 수 있다.
정원은 이용 목적과 특성에 따라 '동행가든'과 '매력가든'으로 구분했다. 동행가든은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 등 다양한 시민의 이용을 고려한 공간이며, 매력가든은 일상 속에서 특색 있는 정원과 휴식을 경험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이다.
도시농장에는 일반적인 도시농업 공간뿐 아니라 학교에서 학생들이 직접 가꾸는 농장까지 포함했다. 유명 공원뿐 아니라 시민들의 일상 가까이에 있는 작은 녹지 공간까지 폭넓게 담아낸 것이다.
이 학생은 “처음에는 녹지의 위치를 한곳에 모아 보여주는 것에서 시작했지만, 만들다 보니 단순히 점을 지도에 표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사람들이 '여기에 한번 가보고 싶다'고 느끼고 실제로 찾아갈 수 있어야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Green Seoul Map의 또 다른 특징은 시민들이 직접 녹지 공간에 대한 경험과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지도 서비스가 주로 장소 검색과 이동 경로 안내에 초점을 맞췄다면, Green Seoul Map은 녹지 공간 자체를 탐색의 중심에 놓고 실제 이용자들의 경험까지 연결하고자 했다.
이 학생은 “숫자와 좌표만으로는 그 장소가 사람에게 어떤 의미인지 알기 어렵다”며 “데이터에 시민들의 경험이 더해진다면 지도도 단순한 정보 제공 도구를 넘어 도시를 함께 이해하는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평소 사용하는 지도에서는 건물과 도로, 지하철역이 도시의 중심처럼 보인다. 반면 Green Seoul Map에서는 건물 사이의 작은 정원과 동네 공원이 새로운 목적지로 떠오른다.
새로운 녹지를 조성하는 것뿐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녹지를 시민들이 쉽게 발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취지다.
이승헌 학생에게 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웹사이트 제작이나 코딩 활동 이상의 경험이었다. 도시에서 발견한 문제를 직접 정의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분석한 뒤 시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로 구현하는 과정이었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관심 분야도 도시 설계와 환경, 공공정책으로 확장됐다. 도시 공간이 어떻게 구성되고, 시민들이 공공 공간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지, 데이터와 기술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게 됐다.
그는 “기술을 만드는 것 자체보다 그 기술이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도시와 환경 문제를 사람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밝혔다.
고등학생 한 명이 만든 웹사이트가 서울의 녹지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Green Seoul Map은 일상에서 발견한 문제를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시민들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도시를 더 푸르게 만드는 일이 반드시 새로운 공원을 조성하는 데서만 시작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존재하는 자연을 시민들이 발견하고, 찾아가고, 경험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것 역시 중요한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Green Seoul Map은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하는 작은 시도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