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중소병원 비용 부담 커
유상 계약 전환 어려움 겪어
지속 사용 뒷받침 체계 필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지원으로 의료 인공지능(AI)을 도입한 지역·중소병원이 지원 종료 후 비용 부담으로 사용을 중단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의료진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진료 효율을 높이는 순기능에도 병원 수익 증가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자체 예산으로 계약을 이어가기 어려운 현실이다. 의료AI를 지역·필수의료 공백 해소 수단으로 활용하려면 초기 도입을 넘어 지속 사용을 뒷받침할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보건복지부 등 정부부처와 지자체가 지역 의료기관의 의료AI 도입을 지원하지만 1차 지원 종료 후 유상 계약 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상 계약 전환 비율은 의료AI 솔루션의 적용 범위나 비급여 적용 여부에 따라 차이가 컸다. 의료AI 기업에 따르면 유상 계약 전환 비율은 사업별로 최대 50~60% 수준에 불과했고, 0%도 있었다. 수도권 대형병원보다는 지역·중소병원의 재계약 전환율이 낮았다.
실제로 흉부 엑스레이 영상판독 지원 AI 솔루션을 정부 바우처로 사용해온 경기도 한 병원은 사업 종료 후 재계약하지 않고 사용을 중단했다. 의료AI 구독 예산을 별도 편성하지 않은데다 해당 솔루션을 도입해도 실적 개선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판단에서다.
뇌질환 AI 솔루션을 지원받아 사용하던 충청권 한 병원도 바우처 지원이 끝난 뒤 재계약을 망설이고 있다. 현장 의료진에게서 좋은 반응을 얻었지만 예산 부족이 발목을 잡았다.
의료AI 업체 관계자는 “정부 바우처 사업으로 AI 솔루션을 도입한 병원 중 사업 종료 후 자체 예산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용을 중지하는 사례가 다수”라며 “병원마다 상황은 다르지만 재정적으로 여유롭지 않은 곳이 많아 재계약이 순조롭지 않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소·지방병원은 물론 대형병원 일부도 바우처 사업으로 도입한 AI 솔루션을 사업 종료 후 유상 계약으로 이어가지 않고 있다”며 “병원의 예산 여력도 문제지만 의료AI 산업 전체의 구조적 한계 영향도 크다”고 지적했다.
구매 비용 부담뿐만 아니라 '신의료기술평가' 등 제도적 절차에 따른 불확실성도 의료AI 지속 활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정부는 의료AI 등 새로운 기술이 나왔을 때 신의료기술평가를 일정 기간 미루고, 의료기관이 먼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유예 제도를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정부의 신기술 검증과 효과 확인이 늦어져 평가유예 기간이 끝나도록 급여 여부가 결정되지 않는 일이 반복된다. 병원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련 매출을 올릴 수 없어 의료AI 도입을 주저할 수밖에 없다.
정부 지원사업으로 제공한 솔루션이 실제 구매나 구독으로 얼마나 이어지는지에 대한 통계도 없다. 대부분 바우처 사업이 의료AI 성과 검증을 목표로 해 통계를 산출하지 않아서다.
의료계와 업계는 의료AI가 안착하려면 지원 대상을 늘리는 것과 함께 사업 종료 후에도 병원이 사용을 이어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도입 실적뿐 아니라 유상 계약 전환 여부와 사용 중단 원인을 살펴 지원의 지속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재정 여력이 있는 대형병원 대비 중소·지역병원의 구매 전환 사례가 적은 것은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라며 “지·필·공 공백 해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의료AI 도입을 꾸준히 지원·확대하는 것이 정부의 공적 역할이므로 관련 지원을 계속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혁 기자 faker@etnews.com,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