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 특허 경쟁이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카카오뱅크가 대고객 서비스에 적용할 기술을 앞세워 특허 확보에서 선두에 선 가운데, KB국민·하나은행 등 시중은행은 AI 안전성과 위험 관리 기술에 무게를 두었다. 은행들이 범용 AI를 도입하는 단계를 넘어 금융 서비스에 특화한 자체 기술을 지식재산권으로 확보하기 시작했다.
본지가 키프리스를 통해 은행권 특허 출원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기준 카카오뱅크가 55건으로 가장 많았다. KB국민은행이 20건으로 뒤를 이었고 우리은행 11건,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이 8건, 토스뱅크 4건, 케이뱅크 2건, 신한은행 1건으로 나타났다. 특허는 출원 이후 공개까지 통상 1년 이상 걸린다. 이번 집계는 작년에 공개되거나 등록된 특허공보를 기준으로 집계했다.
특허 내용을 들여다보면 은행별 AI 전략의 차이가 더욱 뚜렷하다. 가장 많은 특허공보를 확보한 카카오뱅크는 고객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대고객 서비스 기술에 집중했다. 계좌번호를 입력하지 않고 대화나 이미지로 송금하는 'AI 이체'와 모임 회비 정산 등을 지원하는 'AI 모임총무' 관련 기술이 대표적이다. 이는 실제 고객 서비스로 출시됐다. 또 악의적인 명령이 담긴 질의를 걸러내는 'AI 질의 무해화 기술' 등 프롬프트 공격 방어 기술도 출원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 상반기에도 이용자의 이체 의도를 추론하는 기술 등 후속 특허를 15건 이상 출원하고, 작년엔 해외에서도 22건의 특허를 출원했다. AI 서비스를 구현하며 축적한 기술을 국내외에서 지식재산권으로 확보하고 있다.
토스뱅크는 본인 인증과 AI의 투명성을 높이는 기술을 출원했다. 신분증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진위를 검증하는 기술과 AI가 판단을 내린 이유를 사람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제시하는 '설명 가능한 AI' 기술이 대표적이다.
시중은행은 생성형 AI를 금융 업무에 안전하게 적용하고 위험을 관리하는 기술에 집중했다. 생성형 AI 활용이 확대되면서 고객 정보 유출과 악성 프롬프트 공격, 잘못된 답변인 '할루시네이션' 등이 새로운 금융 위험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민감정보와 기밀정보가 외부로 유출되는 것을 막으면서 자연스러운 답변을 유지하는 '생성형 AI 보호 시스템' 특허를 냈다. 상담 품질과 신뢰도를 높이는 기술도 확보했다. 고객과 상담 이력을 장기 기억으로 저장해 다음 상담에 활용하는 '대화 기억 시스템'과 최신 정보를 반영해 AI의 잘못된 답변을 줄이는 기술도 개발했다. 단순 문답에 머물렀던 챗봇을 고객의 상담 맥락을 이해하는 금융 비서로 고도화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위험 관리와 이상거래 탐지에 AI를 접목했다. 우리은행은 머신러닝으로 기업의 부실 징후를 조기에 진단하는 기술과 ATM 이용 고객의 영상을 분석해 이상거래를 탐지하는 기술을 출원했다. 하나은행은 무역 서류를 광학문자인식(OCR)과 자연어처리 기술로 분석해 이상거래를 찾아내는 기술을 특허로 등록했다.
은행권의 AI 특허전은 고객 편의를 높이면서 금융 위험을 낮추는 기술 선점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범용 AI 모델 도입만으로 차별화가 어려워지면서, 금융 서비스에 특화한 기술을 개발하고 특허로 선점하려는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의 AI 경쟁력은 외부 모델을 도입하기보다 금융 서비스에 안전하고 편리하게 적용하는 데 달렸다”며 “은행권의 과제는 고객에게 편의성과 보안성, 신뢰성까지 제공할 수 있는 AI 금융 플랫폼 구축이다”라고 말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