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깅페이스가 주목한 韓 '비드래프트'…글로벌 AI 무대서 기술력 입증

글로벌 인공지능(AI) 플랫폼 '허깅페이스'가 매주 전 세계에서 주목할 만한 AI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Space of the Week'에 국내 AI 스타트업 비드래프트(VIDRAFT)가 이름을 올렸다. AI 업계에서 일종의 '명예의 전당'으로 통하는 명단으로, 거대 자본을 앞세운 빅테크가 아닌 국내 스타트업이 자체 기술력으로 글로벌 AI 개발자 생태계의 주목을 받은 사례다.

선정된 프로젝트는 비드래프트가 공개한 'ai-world'다. 수많은 AI 에이전트가 하나의 행성에서 문명을 이루어가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시뮬레이션이다.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AI가 만든 문명은 스스로 발견한 것인가, 아니면 학습한 인류사를 되풀이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대조군을 통해 검증하는 연구 플랫폼이다. AI 업계에서 말하는 '창발(emergence)'을 과장 없이 실측하려는 시도로, 통계적 엄밀성을 갖추고 실패와 정정 과정까지 공개한 점이 주목받았다.

비드래프트는 앞서 지난 8월 구글과 허깅페이스가 공동 진행한 'Fast Gemma Challenge'에서도 공식 검증 기록 기준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AI 무대에서 기술력을 입증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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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드래프트 로고.

김민식 비드래프트 대표는 “우리는 AI를 파는 회사라기보다 고객의 AI를 길러주는 '공정'을 파는 회사”라고 설명했다. 비드래프트가 스스로를 'AI 파운드리(AI Foundry)'라고 정의하는 이유다. 반도체 설계기업이 설계한 칩을 파운드리가 위탁생산하듯 기업·기관이 필요로 하는 AI를 진단하고 육성해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델로 만들어준다.

이 회사는 막대한 자본과 컴퓨팅 자원을 투입해 거대언어모델(LLM)을 처음부터 개발하기보다 기존 모델의 능력을 진단·결합하고 특정 산업에 필요한 지식을 이식해 고객 맞춤형 AI로 발전시키는 전략을 택했다.

핵심 기술인 '다윈(Darwin)'은 학습된 AI 모델을 일종의 '모델 MRI' 방식으로 진단하고 서로 다른 모델의 강점을 결합해 성능을 끌어올린다. 여기에 모델의 지식 구조를 분석·이식하는 기술을 더해 자체 오픈소스 LLM 'AETHER' 등으로 기술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다른 AI의 안전성과 신뢰성을 진단하는 'AX-RAY' 역시 이 같은 '진단' 철학에서 출발한 제품이다.

기술 경쟁력은 공개된 성과에서도 확인된다. 비드래프트가 공개한 오픈소스 LLM과 파생 모델은 허깅페이스에서 누적 다운로드 200만회를 넘어섰다. 특히 온디바이스 모델 'POCKET'은 최근 30일 다운로드 기준 국내 AI 개별 모델 1위에 올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운영하는 K-AI 리더보드에서도 1위를 기록했으며, 회사가 확보한 특허는 16건에 달한다.

비드래프트가 AI 파운드리를 사업모델로 내세운 데는 AI 시장 변화에 대한 판단이 깔려 있다. 오픈AI나 구글처럼 초거대 AI를 직접 개발하는 경쟁 못지않게 이미 개발된 AI를 기업·기관의 업무와 산업 현장에 맞게 적용하는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공공·국방·의료·금융처럼 데이터를 외부 클라우드로 보내기 어려운 분야가 주요 공략 대상이다. 이들 분야는 자체 데이터와 내부망에서 작동하는 AI가 필요하지만 개별 기업이나 기관이 기반모델부터 직접 개발하기에는 비용과 전문인력 부담이 크다. 비드래프트는 고객 데이터를 외부로 내보내지 않고 내부 환경에서 활용할 수 있는 온프레미스 AI를 구축하고 업무 특성에 맞게 모델을 육성한다.

정부 국책 AI 사업에도 참여하며 기술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비드래프트는 정부가 추진하는 '보안 파운데이션 모델' 사업에 네이버클라우드 컨소시엄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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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식 비드래프트 대표

사업 영역은 산업별 AI 운용체계(OS)로 확장하고 있다. 공공·행정 분야 'NationalOS·JGOS'를 비롯해 제약 분야 'PharmaOS', 소재 분야 'MaterialsOS' 등을 구축하며 AI 모델 육성에서 실제 산업 적용으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AI를 넘어 양자컴퓨터와 신약·신소재 자율개발 등 '자율 과학 발견' 분야에도 도전하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범용인공지능(AGI)으로 향한다. 김 대표는 “여러 산업의 도메인 OS가 연결돼 스스로 발전하는 '멀티도메인 Pre-AGI 플랫폼'을 2028년까지 완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내년에는 미국 시장 진출을 통해 글로벌 고객 확보에도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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