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우리 수출이 역대 최대 기록을 세웠던 작년 연간 수출 실적을 단 248일 만에 넘어섰다. 폭발적인 반도체 수요에 힘입은 결과다. 정부가 연초 목표로 세웠던 연간 수출 1조달러와 '수출 4강' 달성도 가시권에 들어왔다.
하지만 소비와 고용 등 국민체감 경기로는 연계되지 않으면서, 'K자형 양극화 성장'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6일 산업통상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5일 오후 1시 현재, 누적 수출액은 7094억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종전 역대 최대치였던 지난해 연간 전체 수출액(7093억달러)을 117일이나 앞당겨 돌파한 기록이다.
일등 공신은 반도체다. 1~8월 누적 기준 반도체 수출액은 2812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9.6% 폭증했다. 전체 수출의 40.6%다. 컴퓨터 주변기기(262.2%)와 석유제품(40.7%), 무선통신기기(28.1%), 선박(12.4%) 등 주력 품목들도 고른 성장세로 힘을 보탰다. 반면 승용차(-4.4%) 수출은 다소 감소했다.
국가별로는 중동(-9.8%)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요 시장에서 성장했다. 중국(76.1%), 미국(57.0%), 베트남(57.7%), 유럽연합(19.0%) 등 주력 시장은 물론, 홍콩(170.7%)과 말레이시아(95.4%) 등에서도 가파른 수출 증가세를 보였다.
올해 우리 수출은 1월부터 매월 역대 동월 대비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다. 6월에는 사상 최초로 월간 수출액 1000억달러 고지도 밟았다. 정부는 이러한 견조한 상승세가 유지될 경우, 미국과 중국, 독일에 이어 전 세계 4번째로 연간 수출 1조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전날 엑스(X)를 통해 이종욱 관세청장의 보고를 전하며 “현재 견조한 수출 흐름이 이어진다면 12월 초쯤 연간 수출 1조달러 달성이 전망된다”고 기대했다.
문제는 역대급 수출 실적의 효과가 국내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이날 발표한 '정책 과잉대응으로 인한 K 양극화 고착화 가능성을 살펴야 할 때' 보고서를 보면, 가계의 자체 구매력은 눈에 띄게 약해졌다. 7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2.4% 줄었고, 고유가 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분기 -0.3%에서 2분기 -1.3%로 오히려 악화했다. 고용 시장 역시 7월 청년실업률이 6.8%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P) 뛰었으며, 청년 취업자 수도 무려 45개월 연속 감소세에 머물고 있다.
물가와 가계부채를 잡기 위한 통화당국의 지나친 긴축 운용이 자칫 신용경색과 내수 침체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시중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경우 이자 부담이 커지며 억눌린 내수 회복을 더욱 지연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원 관계자는 “확보된 재정 여력을 물류 등 중장기 성장 기반 확충에 활용하고, 한계에 몰린 중소기업과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