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30일(현지시간) 우리나라의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작년 10월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에서 체결했던 한미 관세 합의 후 약 11개월 만이다. 하지만 우리 측이 상업적 합리성을 이유로 '투자 검토'로 분류했던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프로젝트까지 미국이 '투자 확정'으로 못을 박으면서 양국 간 후속 협상에 난항이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워싱턴DC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의 2000억달러 규모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 자리에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 더그 버검 내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 알래스카를 지역구로 둔 댄 설리번(공화) 상원의원 등이 배석했다.
이번 투자는 한국이 대미 수출품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3500억달러 가운데 1500억달러는 양국 간 조선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에 배정됐으며, 이날 발표된 것은 나머지 2000억달러의 집행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행정부가 한국과 체결한 협정 덕분에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에너지 인프라 투자 중 하나를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한국 정부는 최대 2000억달러를 투자해 6GW 규모 발전 시설과 8개의 새로운 대규모 원자력 발전소, 알래스카 LNG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은 관세를 15%로 낮추기 위해 돈을 지불했고, 그 자금의 일부가 이 프로젝트에 투입된다”고 강조했다.
세부 금액은 러트닉 상무장관이 발표했다. 러트닉 장관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500억달러가 넘는 금액이 투자될 것”이라고 액수를 명시했다. 이어 오하이오,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켄터키 등에 건설되는 원전 8기에 1200억달러, 텍사스 가스발전소에 220억달러가 투입된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참여에 공식 합의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실제 양국이 합의해 이날 발표한 공동 팩트시트에도 “상업적 합리성 및 모든 관련 국내법적 요건 충족을 조건으로 검토에 착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알래스카 주민들에게 엄청난 승리”라며 한국의 참여를 기정사실로 못 박았다.
우리 정부는 지난달 22일 국회 보고를 통해 총 2000억달러 한도 중 텍사스주 엔시날 가스복합화력발전소(223억 달러·프로젝트 스타)만 유일한 '1호 사업'으로 확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1호 사업은 6.472GW 규모로, 정부는 설비용량 기준 고정요금을 받는 톨링 방식 계약을 통해 향후 20년간 최소 430억달러에서 최대 450억달러의 자금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최대 1200억달러 규모의 원전 건설(프로젝트 파워)은 포괄적 프레임워크 합의 후 세부 조율 단계이며, 알래스카 프로젝트(프로젝트 노스)는 예상 사업비조차 명시하지 않은 채 '추후 타당성 검토' 과제로 남겨둔 상태였다. 특히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엑손모빌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조차 투자금 회수 위험으로 철수한 대표적 고위험 사업으로, 정부는 수익성 확보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확정을 유보해왔다.
우리 정부는 미국의 일방적인 발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상업적 합리성이 결여된 사업에 무리하게 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는 원칙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