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스마트TV 애플리케이션(앱)에 숨겨진 '레지덴셜 프록시' 기능 차단에 나섰다. 허가받지 않은 제3자가 TV를 인터넷 우회 경유지로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키트(SDK)가 대거 발견됐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레지덴셜 프록시 SDK가 설치된 스마트TV 앱을 잇달아 차단하고 있다.
레지덴셜 프록시는 일반 가정 인터넷 회선을 마치 개인 서버처럼 활용해 트래픽을 우회시키는 서비스다. 겉보기엔 평범한 게임이나 스크린세이버, 파일 유틸리티 앱이지만 이용자 인터넷 회선을 제3자에게 빌려주는 통로로 악용될 수 있다.
보안 업계에 따르면 이같은 기능이 포함된 앱들은 통상 설치 시 “광고를 시청할 것인지, 아니면 광고 없이 즐기는 대신 TV 네트워크 리소스를 공유할 것인지”를 묻는다. 이 과정에서 '광고 안 보기'를 선택하면 네트워크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보안업체 스퍼(Spur)에 따르면, LG 스마트TV(웹OS) 앱 42% 이상, 삼성 타이젠 운영체제 앱 26.5% 이상에서 레지덴셜 프록시 SDK가 확인됐다.
LG전자는 이달부터 개발사들과 스마트TV 앱에서 프록시 기능을 제거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해당 옵션을 제거하지 않는 앱은 서비스를 중단하고 앱 심사 절차도 한층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삼성전자도 지난 달 초부터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전역에서 스마트TV 앱스토어에 등록된 앱을 대상으로 서드파티 프록시 SDK가 TV 개인정보에 접근·수집·저장하지 못하도록 차단 조치를 시행했다. 또, 레지덴셜 프록시 SDK를 전면 금지하는 플랫폼 정책도 마련하고 있다.
프록시 기능은 원래 광고 검증이나 시장조사 등 합법적 용도로 쓰이지만, 이용자 동의 없이 심어질 경우 해킹에 악용될 위험이 크다. 다른 사람이 내 IP 주소로 인터넷에 접속하면서 해킹이나 불법 다운로드 같은 범죄에 내 회선이 연루될 위험이 생기고, TV와 연결된 스마트폰·PC·공유기까지 공격에 노출될 수 있다.
앱 개발사들이 광고 수익 대신 이용자 회선을 프록시 업체에 빌려주는 방식으로 수익을 얻어온 구조의 허점이 드러난 셈이다. 특히 스마트TV는 통상 컴퓨터로 인식되지 않는 탓에 보안 점검 사각지대에 놓이기 쉽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앱 설치 이전 요청 권한을 확인하고, 사용하지 않는 앱은 삭제하는 것만으로도 위험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미성년자 등 가족 구성원이 무심코 동의하는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했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공유기 방화벽 설정으로 TV의 불필요한 외부 접속을 차단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스마트TV 앱도 스마트폰 앱처럼 요청 권한을 꼼꼼히 살펴보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