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를 9000억원 넘게 순매수한 가운데, 미국 자산운용업계에서는 “본주보다 훨씬 비싼 ADR을 매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자멸적 투자”라는 지적이 나왔다.
2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국내 투자자들의 SK하이닉스 ADR 순매수액은 1억3576만달러(약 2002억원)였다. ADR 상장 이후 누적 순매수액은 6억1367만달러(약 9048억원)로, 같은 기간 국내 증시에 상장된 SK하이닉스 본주 순매수액(1조350억원)에 육박했다.
문제는 본주와 ADR 간 가격 괴리다. SK하이닉스 본주는 24일 종가 기준 175만9000원, ADR은 23일(현지시간) 169.50달러(약 24만7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ADR 1주가 보통주 10분의 1에 해당하는 점을 감안하면 약 40%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이에 대해 미국 글로벌 퀀트 자산운용사 아카디안(Acadian)의 오웬 라몬트 수석 부사장은 “완전 미친 수준의 가격 오작동(mispricing)”이라며 “한국 투자자들이 ADR을 매수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고 자멸적인 투자 패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본주와 ADR 가격은 결국 같아져야 한다”며 “한국 투자자들은 국내에서 본주를 쉽게 살 수 있는데도 100달러 가치의 자산에 149달러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몬트 부사장은 이 같은 가격 괴리가 경제학의 '일물일가의 법칙(Law of One Price)'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투자자도 본주를 직접 매수할 수 있고, 다른 한국 기업 ADR이나 독일 프랑크푸르트 거래소에 상장된 SK하이닉스 GDR의 가격 괴리는 거의 없다는 점을 들어 현재 ADR 프리미엄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세금 측면에서도 ADR은 국내 투자자에게 불리하다. 국내 상장 SK하이닉스 본주는 일반 투자자(대주주 제외)의 매매차익이 비과세지만, ADR은 해외주식으로 분류돼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양도차익에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환율 변동 위험과 해외주식 거래 수수료도 부담해야 한다.
현재 SK하이닉스 ADR 발행 한도는 모두 소진된 상태다. 기존 ADR이 원주로 전환될 경우에만 추가 발행이 가능하지만, 현재처럼 ADR 가격이 본주보다 높은 상황에서는 원주 전환 유인이 크지 않을 것으로 시장은 보고 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