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플랫폼 승부처 된 '자체 물류'…규제보다 부작용 보완 정책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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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통학회가 24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소에서 'AI 시대 음식점과 이용자가 함께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배달 생태계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왼쪽부터 옥경영 숙명여대 교수, 안승호 숭실대 교수, 한상린 한양대 교수, 이헌규 김앤장 변호사, 이성호 국립한밭대 교수가 토론에 참여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자체 물류를 통한 라스트마일 품질 관리가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으로 진단됐다. 고객 경험과 직결되는 배송·배달 품질을 직접 관리하지 못하면 플랫폼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자체 물류를 규제하기보다 플랫폼 의존과 수수료 부담 등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왔다.

이성호 국립한밭대 교수는 24일 한국유통학회가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연 세미나에서 자체 물류 경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온라인 음식배달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배달 서비스 품질과 이를 뒷받침하는 라스트마일 운영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이 교수는 자체 물류를 배달원을 직접 고용하는 모델이 아니라 운영 기준과 최종 서비스 품질을 관리하는 시스템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소비자 상담 사유 가운데 계약 불이행이 33.6%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오배송과 배달 지연, 미배달 등 라스트마일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가 주된 사례로 꼽혔다. 고객 경험의 최종 단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면 주문부터 배차·배송까지 통합 관리하는 자체 물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이 교수는 “배달 앱의 자체 물류는 배달원을 직접 고용해 배송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운영 기준과 최종 품질을 관리하기 위한 시스템”이라면서 “배송·배차·주문 순서 등을 시스템화해야 소비자 응대와 문제 처리를 실시간으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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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물류 전환에 따라 성패 엇갈린 미국 배달 플랫폼 시장 〈자료 이성호 국립한밭대 교수 발표 자료 갈무리〉

자체 물류 도입 여부에 따라 배달 플랫폼의 성패가 엇갈린 해외 사례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후발 주자였던 도어대시가 '자체배달(OD)'을 적극 도입해 '주문중개(MP)' 중심 사업자인 그럽허브를 제치고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했다고 설명했다.

그럽허브는 2019년 미국 배달 플랫폼 시장 1위 자리를 도어대시에 내줬다. 2024년 12월 기준 점유율은 도어대시 62.7%, 그럽허브 6.2%로 약 10배 차이를 보였다. 그럽허브는 2021년 73억달러 규모로 저스트잇테이크어웨이에 인수된 뒤 지난해 6억5000만달러에 원더에 매각됐다.

이커머스에서도 라스트마일 운영 역량이 경쟁력을 가르는 요소로 부상했다. 아마존은 2014년 아마존 로지스틱스를 통해 자체 라스트마일 배송을 시작했고, 지난해 미국 소포 물량 1위를 기록했다. 중국 징둥닷컴은 2007년 자체 물류망을 구축한 뒤 2013년 중국 기업소비자간거래(B2C) 거래액 2위에 올랐다.

국내에서는 쿠팡과 네이버, 배달의민족 등이 자체 물류를 확대하고 있다. 배달 플랫폼에서는 쿠팡이츠가 자체배달을 기반으로 무료배달을 도입한 이후 배민도 자체배달을 앞세워 생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교수는 “자체 물류의 장점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판매자한테까지도 양면의 편익이 있다는 것”이라면서 “배송 품질 신뢰나 고객이 알고자 하는 것들을 채워주기 위해서는 자체 물류가 굉장히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자체 물류를 통한 배달 권역 확대가 소상공인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현규 김앤장 변호사는 “자체 물류가 도입되면서 점주는 음식에 집중할 수 있고, 과거 배달을 생각하지 못했던 작은 음식점도 배달 영업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면서 “효율성이 명확한 상황에서 가게배달을 기계적으로 동일하게 유지해야 하는지, 기존 지역 배달업 전환을 어떻게 지원할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자체 물류 운영 비용의 분담과 개인정보 활용, 시장 지배력 확대 등에 대한 보완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옥경영 숙명여대 교수는 “배달 플랫폼의 자체 물류 운영은 시스템 구축이나 운영 관리, 프리미엄 서비스 제공으로 인한 높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고, 이 비용은 배달 생태계 내에서 누군가가 부담해야 한다”면서 “배달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소비자 권익 또는 시장의 경쟁성이 함께 모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자체 물류 자체를 과도하게 규제하기보다 플랫폼 의존과 수수료 부담 등 부작용을 완화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이 교수는 “정책은 자체 물류의 단점이 있다고 해서 하지 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의존성이나 수수료 우려를 해결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배민배달을 자사우대한 혐의로 조사하는 것과 관련해 “이 쟁점으로 문제를 삼았거나 처분을 받은 곳은 전 세계에 한 곳도 없다”면서 “통상적으로 말하는 자사우대 사건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자체배달(OD)이 점주에게 진짜 불리한지부터 봐야 한다”면서 향후 기업의 행정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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