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하고 부담 없이 잔을 기울일 수 있는 주종은 막걸리다. 솔직히 말하면 위스키나 와인처럼 복잡한 테이스팅 노트를 외우는 것보다, “비 오면 생각나는 그 술” 막걸리가 훨씬 친숙하다. 마침 세계 각국으로 영토를 확장 중인 국산 주류 '지평생막걸리'의 매력이 궁금해지던 참이다. 16개국에 수출한다는 '지평생막걸리'를 식탁으로 소환했다.
본격적인 시음을 위해 세 가지 안주로 '방구석 페어링'을 시작했다. 첫 타자는 마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스턴트 떡갈비다. 고기 안주의 다소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기 위해, 막걸리병을 흔들지 않고 지개미(침전물)가 가라앉은 윗부분의 맑은 '청주(淸酒)'만 잔에 따라 봤다.

결과는 흥미로웠다. 입에 닿자마자 느껴지는 청량감이 인상적이다. 은은한 탄산과 단맛이 어우러지면서 마치 가벼운 샴페인을 마시는 듯한 느낌을 줬다. 떡갈비를 한입 먹고 곧바로 청주를 마시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된다. 특히 끝에 남는 달큼한 풍미가 떡갈비의 감칠맛과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평소 막걸리를 무겁고 텁텁한 술로 생각했다면 지평생막걸리가 의외의 경험이 될 만하다.
다음으로는 막걸리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전통 방식이다. 병을 흔들어 골고루 섞은 뒤, 생고추와 생 오이를 쌈장에 푹 찍어 곁들였다. 지게미가 섞이면서 특유의 묵직한 맛이 살아났다. 하지만 통상 마셔왔던 다른 막걸리들처럼 입안이 텁텁한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부드럽고 깔끔하게 넘어간다. 쌈장의 짭조름함과 채소의 아삭한 식감이 지평생막걸리의 고소함을 끌어올린다. 괜히 전통이 아니다.

마지막으로 상큼한 마무리를 기대하면서 자두와 귤을 조합했다. 결과는 아쉬운 '부조화'였다. 과일 자체의 과당과 막걸리의 단맛이 충돌했다. 입안이 지나치게 달고 개운하지 못했다. 초콜릿과 과일맛 아이스크림을 같이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차라리 짭조름한 스낵이 훨씬 좋은 궁합을 보여줬을 것 같다.
지평주조는 최근 미국, 중국, 일본은 물론 이탈리아와 프랑스 등 16개국으로 수출길을 넓히며 글로벌 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100년 양조 철학에 첨단 브루어리 기술을 접목하고, 100% 국산 쌀과 자체 개발 누룩을 사용해 품질을 끌어올린 덕이다.

실제로 지평생막걸리는 전통의맛을 진정성 있게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양조 과학으로 깔끔함을 더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웰메이드 제품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페어링하는 음식에 따라 청주처럼 우아하게 마실 수도, 전통 막걸리처럼 벌컥벌컥 마실 수도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위스키나 와인이 '혼술' 주종으로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막걸리가 더 좋은 입문주가 될 수 있다. 해외에서 막걸리를 찾는 이유를 묻는다면, 지평생막걸리 한 병이 꽤 설득력 있는 답이 될 것 같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