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버 풀어놨더니 홍수 사라졌다”…상습 침수도시 구한 400년 전 멸종 동물

英 런던 서부, 콘크리트 저수지 대신 '야생 복원' 선택
비버가 만든 천연 댐·수로, 10년 만에 홍수 피해 없애
습지 조성으로 생태계 회복 효과도… 일부 우려는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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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영국의 한 상습 침수 도시가 콘크리트 인공 구조물 대신 400년 전 멸종한 '비버'를 도입해 홍수 문제를 해결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18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 런던 서부 일링 자치구의 습지 보존 지역인 '파라다이스 필즈'에서 야생 비버들이 도심 습지를 완벽히 복원하며 천연 홍수 조절자 역할을 톡톡히 해낸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지역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폭우가 내릴 때마다 인근 도로는 물론 지하철역까지 물에 잠기는 심각한 상습 침수 구역이었다. 이에 따라 지방 당국은 중장비를 동원해 콘크리트 저수지를 건설하는 전통적인 토목 공사를 검토했으나, 지역 환경 보호론자들의 제안으로 자연 기반의 해결책인 '비버 재도입 프로젝트'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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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버. 사진=Georgia Wildlife Federation

영국에서 야생 비버는 모피와 고기, 향수 원료인 사향 등을 얻으려는 인간의 무분별한 사냥으로 인해 약 400년 전에 이미 멸종된 상태였다. 그러나 일링 비버 프로젝트 팀은 지난 2023년 방치되어 있던 24에이커(약 2만 9400평) 규모의 부지에 야생 비버 다섯 마리를 방사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비버들이 특유의 강력한 이빨로 나뭇가지를 갉아 댐을 건설하고 거미줄 같은 미세 수로를 파기 시작하면서 지형 자체가 거대한 '스펀지'처럼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비버가 만든 천연 저수지는 폭우가 쏟아질 때 대량의 물을 머금어 하류로 흘러가는 유량을 급격히 줄여주었다.

프로젝트 리더인 션 맥코맥은 “비버를 방사한 지 두 번째 겨울이 되자, 이 지역에서 10년 만에 처음으로 홍수 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비버의 활약은 홍수 예방에만 그치지 않았다. 이들이 조성한 습지는 가뭄 시 주변 건조한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고 산불 확산을 막는 방화벽 역할까지 수행한다.

또한 다양한 생태적 환경이 조성되면서 새, 나비, 박쥐는 물론 민물새우와 물고기 등 다양한 야생동물이 다시 찾아와 생태계가 눈에 띄게 회복됐다. 올봄에는 새끼 비버들이 태어나면서 현재 개체 수는 8마리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근 기후 변화로 극단적인 기상 이변이 잦아지면서 미국 서부를 비롯한 세계 각국에서도 이 같은 '야생 복원' 프로젝트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조지 홈즈 리즈대학교 보존학 교수는 “비버가 강둑에 파놓은 거대한 굴에 가축이나 농기계가 빠질 위험이 있으며, 통제 범위를 벗어나 농경지를 침수시킬 수 있다는 농민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며 신중한 접근을 촉구했다.

에밀리 페어팩스 미네소타 대학교 교수 역시 “인프라와 충분한 먹이가 확보된 적절한 환경에서만 비버를 활용해야 하며, 인간 생활권과 너무 가까워질 경우를 대비한 비상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인구 밀도가 높은 도심에서 자연과 공존하는 시도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맥코맥 리더는 “인구 밀집 도시가 야생 복원에 부적합해 보일 수 있지만, 우리는 비버와의 동행이 결코 황당한 아이디어가 아님을 증명해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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