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 이상 주가 급락시 손실 대비
IB ‘크래시 풋’ 상품에 투자자 몰려
전 세계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극단적인 주가 급락에 대비한 장외 파생상품인 '크래시 풋(Crash Put)' 거래도 빠르게 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금융시장 리스크 관리 방식의 변화와 함께 시스템 위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단일 종목 기반 2~3배 레버리지 ETF 운용자산은 약 2500억달러(약 350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미국 시장에만 700개 이상의 관련 상품이 상장된 것으로 집계됐다.
레버리지 ETF 시장 확대와 함께 투자은행(IB)들은 '크래시 풋' 또는 '클리케(Cliquet)', '안정성 노트(Stability Note)'로 불리는 장외 파생상품 거래를 적극 확대하고 있다. 크래시 풋은 기초자산 가격이 하루 만에 약 50% 급락하는 극단적인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설계된 상품이다.
통상 레버리지 ETF 운용사는 기초자산 수익률의 2배 또는 3배를 제공하기 위해 투자은행과 총수익스와프(TRS) 계약을 체결한다. 하지만 기초 종목이 하루 만에 50% 이상 폭락하면 ETF 순자산이 사실상 소진돼 투자은행이 추가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 '갭 리스크(Gap Risk)'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투자은행들은 해당 위험을 헤지펀드 등 외부 투자자에게 이전하는 크래시 풋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투자자는 하루 50% 이상 폭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베팅하는 대신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투자은행은 극단적인 손실 위험을 외부로 분산하는 구조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관련 상품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지난 5월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크래시 풋 상품에 연 14.2~20.0% 수준의 수익률을 제시했다. BNP파리바 역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대상 상품의 프리미엄을 각각 최대 6.5%, 5.5%까지 높인 것으로 전해졌다.
높은 수익률에 투자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자누스 헨더슨의 나타샤 시블리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이 상품에 대한 수요가 이처럼 높은 것은 처음 본다”고 말했다. 카이로스 인베스트먼트 어드바이저스의 라몬 베라스테기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은행들이 레버리지 ETF 확대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크래시 풋 시장을 적극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장외거래(OTC) 특성상 거래 규모와 위험 노출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복잡한 레버리지 구조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미국 전기차 업체 루시드그룹 주가가 장중 57% 급락하면서 관련 레버리지 ETF가 상장 폐지된 사례도 이러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오언 라몬트 아카디안 자산운용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숨겨진 레버리지와 복잡한 거래 상대방 구조가 결합된 파생상품은 시장 불안 시 예상보다 큰 충격을 초래할 수 있다”며 금융시장 안정성에 대한 경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