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톡] '스트레스 공화국'의 경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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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새 우울장애 관련 약품 처방이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경제활동 중추인 30~40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60세 이상 고령층 역시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 수요가 전 연령층에서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과거보다 정신과 진료 문턱이 낮아진 긍정적 신호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우울 증상을 숨기지 않고 약물치료와 상담을 받는 문화가 확산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관련 처방 증가를 단순한 인식 개선 결과로 보기에는 현실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

정신건강 문제는 이제 개인 의지나 성격 탓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단계다. 경기 침체와 고용 불안은 미래 전망을 어둡게 만들고, 돌봄 부담과 관계 단절은 일상 회복력을 떨어뜨린다. 경제활동과 가족 부양 책임이 겹치는 세대는 우울과 불안 포함한 정신건강 문제를 오래 버틸수록 증상을 뒤늦게 인식하거나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

노년층은 더욱 취약하다. 은퇴 후 역할 축소, 건강 악화, 사회적 고립은 이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결국 늘어난 처방은 특정 개인의 취약성이 아니라, 여러 세대가 동시에 압박받는 사회 구조의 단면으로 읽힌다.

이 같은 현실의 어려움이 결국 저출산 같은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사람을 지치게 만드는 삶의 조건은 출산을 주저하게 만드는 배경인 동시에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한국이 여전히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자살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신건강 문제 해결을 더 이상 개인의 몫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늘어난 우울장애 약품 처방 통계가 보여주는 것은 결국 더 많은 사람이 그만큼 오래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는 사후 처방에 머무는 대응을 넘어, 사람들이 무너지기 전 더 이른 시점에 살피고 돕는 쪽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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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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