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공공 소프트웨어(SW)사업을 수행하는 기업이 처음 계약된 금액대로만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 국가계약법 탓에 중소 정보기술(IT)·SW 기업들이 경영난까지 내몰리고 있다. 국회와 정부가 이를 일부 국한된 사례로 보지 말고, 한시바삐 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된다.
본지 취재에 의하면 최근 대법원 차세대 전자소송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한 한 IT서비스업체가 직원들 급여를 제대로 주지 못할 정도로 어려움에 빠졌다. 사업 중임에도 이런 지경에 이른 것은 발주자인 대법원 법원행정처가 당초 과업 이외 추가 과업을 요구하면서 빠듯한 중에도 인력과 자원을 확대 투입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 업체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대기업 LG CNS 주도로 꾸려졌음에도 추가 과업으로 인해 발생한 손실금이 수백억원에 달한다고 하니, 일개 참여 기업이 받았을 자금 압박 정도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더구나 전체 사업비 규모가 1000억원인데, 추가 과업으로 발생한 손실이 수백억원이니 이 정도 되면 어느쪽이 추가 과업이고, 본 과업인지가 불분명해질 정도다.
사례는 더 있다고 한다. 차세대 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 사업에 참여한 다른 중소 IT서비스기업도 애초 사업 범위에 들어있지 않은 과업이 추가됐지만, 정당한 댓가는 받지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서 회사 유동성이 경색되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언론에 확인된 기업 숫자가 적은 것이지, 다른 사업 수주나 레퍼런스 유지를 위해 비슷한 어려움과 처지를 겪고도 쉬쉬하는 기업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재 이같은 정부·공공 SW사업의 사업비 관련 최상위 규정은 국가계약법에 의거한다. 계약 체결 후에는 발주처가 아무리 추가 과업을 요구해 시켜도 예산 수정이나, 추가 지급이 쉽지 않다. 계약 수정이나 추가 지급시, 담당 공무원 징계 같은 부조리가 뒤따르기 때문이다.
현재 국회에는 공공 SW사업 과업심의위원회 결정 사항이 계약금액 조정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한 국가계약법 일부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계약 뒤 추가 과업이 수행되면, 그에 합당한 비용을 추가해 애초 계약된 사업비를 수정할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살리는 일에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입장이 갈릴 일도 없다. 국가계약법을 고쳐 추가 과업에 대한 정당한 비용을 지불한다고 해서 정부나 공공기관은 망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업에 참여한 중소기업은 망할 수 있다. 이런 부조리를 뿌리뽑을 법 개정을 미룰 이유가 없다.
editoria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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