脫한전 전력직접구매, 요금혁신 VS 시장편식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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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산업통상자원부 전기위원회가 28일 의결한 '전력직접구매제도 정비를 위한 규칙개정(안)'을 두고 전력 업계가 시끄럽다. 대형 전기 수용가들이 한전을 거치지 않고 전력을 구매할 수 있는 이른바 '전력직접구매' 내용을 담으면서다.

이번 개정은 그간 근거만 있었던 전력직접구매 본격 시행을 위한 준비 작업의 의미를 담고 있다. 대형 전기 소비처들은 한국전력을 거치지 않고도 전기를 도매가격(시장계통가격, SMP)에 구매할 수 있게 된다. 대기업 사업장을 중심으로 탈(脫)한전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다.

전력직접구매는 기업이 전력거래소로부터 SMP에 직접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근거는 전기사업법으로 수전설비 용량이 3만킬로볼트암페어(kVA) 이상인 대규모 전기 소비처가 대상이다. 그동안 제도적 근거는 있었지만 시도는 없었다. 한전이 전기를 원가 이하로 판매하면서 직접구매에 따른 실익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20년 12월 이후 산업용 전기요금이 8차례 인상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 기간에만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률이 70%에 이르면서 개별 사업자 중심으로 직접 구매를 검토하고 나선 것이다. 지난해말 SK어드밴스드가 이를 신청하면서 최초의 사례가 나오게 됐다. 이에 전력 당국이 규정 재정비를 위안 규칙개정안을 마련했고, 이날 전기위원회가 이를 의결하게 됐다.

운영 규정이 확정됨에 따라 전력직접구매 시행은 초읽기에 들어갔다. 앞으로 SK어드밴스드는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사가 생산한 전기를 직접 구매하게 된다. 기존 전기요금에 부과한 송·배전 요금, 기후환경요금은 한전이 책정한 대로 낸다. 업계는 현 상황에서 전력직접구매가 한전 전기료 대비 kwh당 20원 이상 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전력시장 역사상 한전 이외의 전력 구매 루트가 생기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지면서 업계에서는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이번 결정을 내린 전기위원회 내부에서도 찬반 의견이 대립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규칙 개정을 찬성한 쪽에서는 이미 마련된 근거를 기반으로 전기 직접구매에 나서는 기업 활동을 막을 수 없고 전기 요금체계 혁신 측면에서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전력 당국 관계자는 “전력직접구매가 이뤄지면 한전의 송배전망 이용 요금 등을 정확하게 책정해야 하고 이로인해 전기 요금 체계가 한층 정교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전이 수년간의 손실을 최근 요금 인상으로 만회하기 시작하자 직접구입를 단행하는 것은 알토란만 편식하는 일명 '체리피킹'이라는 반대 측의 지적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200조원이 넘는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은 당분간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하하기 힘든 상황이다. SK어드밴스드의 뒤를 이을 추가 사례가 계속 등장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수년 동안 연료비 인상을 반영하지 못해 적자 경영을 했던 한전 입장에선, 전기요금 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이 떨어져 판매가 줄어드는 악순환을 겪게되는 셈이다.

정연제 서울과기대 교수는 “전력직접구매는 필요한 제도이고 긍정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지만 문제는 시기”라면서 “한전의 누적 손실을 해소하지 못한 상황에서 시행하게 되면서 남아 있는 가정, 기업 소비자의 부담이 커지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호 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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