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무가 국내 상품 판매를 개시했다. 한국 직진출 선언 한 달 만이다. 셀러 모집, 물류 거점 확보 등을 빠르게 완료하며 점유율을 단숨에 끌어 올리겠다는 복안을 드러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별도 고객센터, 한국 법 준수 등 현지화 노력을 병행하지 않으면 불협화음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최근 입점한 국내 판매자의 한국 상품 판매를 개시했다. 국내 판매자 상품에는 '현지 물류센터'라는 태그를 붙였다. 배송 기한은 1~7일로 설정돼있으며 판매자가 직접 발송하는 형태다. 현지 배송 상품은 익일배송이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한 모습이다.
스마트홈부터 의류, 스포츠, 전자기기, 가구까지 다양한 카테고리에 걸쳐 한국 상품이 판매되고 있다. 일부 한국 상품은 테무 봄 시즌 프로모션 상품으로도 포함됐다.
활동을 개시한 국내 판매자들은 대부분 테무로부터 초청을 받아 입점했다. 테무는 직진출 선언 초기 카테고리 별로 2~3개 업체만 선별해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점사 간 과도한 경쟁을 완화해 단기간 내 판매자 매출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현재 테무는 최근 한국 판매자 모집·등록 절차를 일시 중단했다. 테무는 1차 초청 이후에는 쇼핑몰 통합 관리 솔루션 플레이오토를 통해 판매자 입점 신청을 받아왔다. 신청이 과도하게 몰리면서 과부하가 걸린 것으로 파악된다.
플레이오토는 셀러 공지를 통해 “테무 측 내부 운영 점검과 서비스 개선 작업으로 인해 추가 판매자 모집·등록 절차가 일시 중단됐다”며 4월 중 모집을 재개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렸다.
이같은 시행착오는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테무는 여전히 한국 내 조직을 구축하는 과정에 있다. 한국 내 별도 사무 공간도 알려진 바 없다. 준비가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한국 내 소수 인력과 중국 본사 인력으로 사업을 전개하다 보니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고객관리(CS) 측면에서도 여전히 빈틈이 많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무는 아직까지 한국 전용 고객센터를 두지 않고 있다.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에는 국내 판매자 모집에 앞서 한국인 전용 고객센터 운영부터 개시한 바 있다. 테무는 직구 상품 폐기와 반송을 돕는 반품센터만 중국계 물류 대행사를 통해 외주로 운영하고 있다.
세부적인 현지화 노력보다는 자본력을 앞세워 외형 확장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막대한 자본력을 통해 방대한 셀러풀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더라도 소비자 인식과 편의성을 개선하지 않고는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내 법 준수 의지가 테무가 진정성을 보여야 할 첫 번째다. 테무는 지난 2023년 10월 개시된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조사를 아직까지 받고 있다. 알리의 경우 조사 개시 후 9개월 만에 과징금을 처분 받고 권고사항 준수 의지를 밝힌 바 있다. 해소되지 않는 유해 상품 문제, 과장된 미끼 프로모션, 키워드 검색 등 불편한 사용자경험(UX) 등도 꾸준히 지적 대상에 오른다.
e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알리 사례를 비춰봤을 때 한국 e커머스 시장은 단순 자본력 만으로는 공략이 쉽지 않다”며 “후발 주자인 테무 또한 다양한 인프라를 보완해 본격적인 경쟁 관계를 형성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경하 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