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막을 찌르는 날카로운 엔진음과 피어오르는 바비큐 연기,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놀이와 레이싱카의 전조등 불빛이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경주라기보다는 거대한 축제에 가깝다. 자동차 제조사들이 극한의 환경에서 신기술을 연마하는 서킷은 온 가족이 함께 즐기는 일본의 대표적인 나들이 명소였다.
5일부터 7일까지 사흘간 일본 시즈오카현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슈퍼 타이큐 시리즈 2026' 3라운드 '후지 슈퍼 TEC 24시간 내구 레이스' 현장은 행사 기간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6만 5000명에 달하는 누적 인파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1991년 양산차 기반의 풀뿌리 대회로 시작한 슈퍼 타이큐 시리즈는 프로와 아마추어 드라이버가 한 팀을 이뤄 정해진 시간 동안 서킷을 달리는 일본 최대 규모의 내구 레이스다. 그중에서도 후지 24시간 레이스는 이 시리즈의 최대 이벤트로 꼽힌다.

◇굉음 속 출발부터 지옥의 야간 주행까지…24시간의 대장정
경기 시작 전 진행된 체험형 행사 '그리드 워크' 시간에는 현장의 열기가 정점에 달했다. 본선 레이스 출발 직전, 관람객들이 통제된 트랙 위로 직접 내려와 도열한 레이싱카와 드라이버들을 눈앞에서 마주하는 특별한 시간이다. 트랙 위에는 형형색색의 화려한 데칼을 입힌 각 클래스의 레이싱카들이 출격 준비를 마치고 대기했으며, 관람객들은 드라이버들과 기념사진을 남기며 축제를 즐겼다.
6일 오후 3시, 마침내 출발 신호와 함께 거대한 메인 스탠드 관중들의 환호성 속에서 60여 대의 레이싱 머신들이 일제히 질주를 시작했다. 서킷 전체를 뒤흔드는 우렁찬 엔진 소리와 함께 쏜살같이 코너로 빨려 들어가는 머신들의 모습은 장관 그 자체였다. 메인 스탠드에 앉은 관람객들은 저마다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고 역사적인 출발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내구 레이스의 진정한 묘미는 해가 지고 난 뒤부터 시작됐다.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려앉은 후지산 자락, 오직 서킷을 밝히는 강렬한 조명 타워와 레이싱카의 밝은 전조등 불빛만이 트랙을 비추었다. 늦은 시간까지 관람객들은 어둠 속에서도 끊임없이 서킷을 도는 머신들의 타이어 마찰음과 배기음에 온몸을 맡겼다.
특히 밤 7시 30분, 대회의 하이라이트인 불꽃놀이가 시작되자 축제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밤하늘을 수놓는 화려한 불꽃 아래로 전조등을 밝힌 채 질주하는 경주차들의 불빛이 뒤섞이며 후지 24시간 레이스만의 독특한 장관이 연출됐다. 관람객들은 야외 라운지 '칠아웃 베이스'나 각자의 텐트 앞 잔디밭에 앉아 바비큐를 즐기며 경이로운 광경을 감상했다.
시간이 흘러 이튿날 오후 3시, 마침내 가혹한 24시간의 대장정이 끝을 맺었다. 비가 내려 노면이 촉촉이 젖은 궂은 날씨 속에서도 피트 벽에 일렬로 늘어선 팀 크루들과 엔지니어들은 마지막 바퀴를 돌고 메인 스트레이트로 들어오는 차량들을 향해 팀 깃발을 흔들며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24시간 동안 차량과 사투를 벌인 드라이버들은 피트로 복귀해 동료들과 격하게 포옹하며 완주의 기쁨을 나눴다.

◇미래 기술 시험과 더불어 복합 문화 공간으로 진화하는 서킷
슈퍼 타이큐 24시간 레이스 무대는 단순한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자동차 제조사들의 신기술을 검증하는 '움직이는 실험실' 역할을 하고 있다. 2021년부터 신설된 'ST-Q 클래스'는 다른 클래스에 해당하지 않는 메커니즘 개발 차량의 출전을 허용해 모터스포츠를 통한 기술 혁신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토요타는 올해 대회에 세계 최초로 초전도 액체 수소 펌프 기술을 탑재한 'GR 코롤라 H2 콘셉트(32번)'를 출전시켜 큰 주목을 받았다. 토요타는 2021년 기체 수소 엔진으로 레이스에 참가한 이후 2023년부터 액체 수소 연료를 적용하며 진화를 거듭해 왔다. 올해는 초전도 액체 수소 펌프를 세계 최초로 탑재해 극한의 내구 레이스 환경에서 실증에 나섰다.
전기 계통 트러블로 정비 시간이 길어지며 당초 목표했던 500랩에는 미치지 못했으나, 70세를 맞이한 토요다 아키오 회장이 직접 75랩을 주행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하며 총 483랩을 달성해 24시간 완주에 성공했다.
서킷을 단순한 경기장이 아닌 누구나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하려는 시도 역시 돋보였다. 후지 스피드웨이는 상설 전시관인 '후지 모터스포츠 뮤지엄'과 루키 레이싱의 차량 개발 거점인 '루키 레이싱 개러지'를 개방해 볼거리를 제공한다.
대회 기간에 맞춰 새로운 복합 상업 시설인 '후지 모터스포츠 포레스트 테라스'를 선행 오픈했다. 이곳에는 서킷의 엔진음을 배경으로 고급 식당과 베이커리가 들어섰으며, 내년 봄에는 천연 온천과 호텔까지 들어설 예정이다.
토요타 부동산 관계자는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왔다가 자연스럽게 서킷을 달리는 레이싱카의 배기음을 듣고 모터스포츠에 흥미를 갖게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자동차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는 특별한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