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역사상 가장 큰 인공지능(AI) 인프라 프로젝트'로 내세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삼성전자 합류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사법 족쇄에서 벗어난 직후 첫 글로벌 사업 행보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을 만나면서 한·미·일 초대형 AI 동맹에 대한 삼성 합류 여부에 이목이 집중됐다.
특히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동안 주요 사업으로 추진할 민간 협력 사업이어서 삼성전자와 SK의 합류가 향후 '한·미·일 AI 동맹'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삼성, 스타게이트 합류하나…AI 반도체·투자 열쇠 쥐고 있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4일 오후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접견했다. 이 자리에는 삼성전자 DS부문 등 주요 경영진과 영국 반도체 설계기업 Arm의 르네 하스 CEO도 배석했다.
손 회장은 회동 이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취재진과 만나 “삼성과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관련) AI 전략에 대해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아직 세부 사항을 정하진 않았고 지속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취임 다음날 백악관에서 직접 발표한 50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AI 인프라 투자 사업이다. 당시 기자회견에 손 회장과 올트먼 CEO, 래리 엘리슨 오라클 회장이 직접 참석해 사업 취지를 설명했었다.
이번 회동에서 손 회장과 올트먼 CEO는 이 회장에게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한 협업을 요청했다.
삼성전자는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반도체,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갖췄다.
스타게이트에 대한 투자 여력도 충분하다. 삼성전자는 미래 동력 확보를 위해 꾸준히 초대형 인수합병을 물색해왔다. 삼성의 인수합병 시계는 2016년 11월 80억달러를 투자한 '하만' 인수에 머물러 있다.
이 회장에게도 오픈AI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좋은 협력 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당한 AI 반도체 수요를 기대할 수 있고 오픈AI가 추진하는 자체 AI 반도체 확보와 관련해 전략적 협업을 검토할 만하다. AI 가전·TV·모바일 등 삼성전자 제품·서비스에 오픈AI의 기술력을 녹여내는 시도도 기대할 만하다.
◇최태원 회장, 올트먼과 세 번째 만남…AI 반도체 전방위 협력 약속
이날 오픈AI는 삼성을 비롯해 한국 기업들의 총수, CEO를 잇달아 만나며 AI 기술의 현재와 미래, 기업별 AI 활용 방안을 공유하고 스타게이트 관련 글로벌 AI 협력을 적극 요청했다.

올트먼 CEO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만나 AI 반도체, AI 생태계 확대를 위한 전방위적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회의에는 최 회장을 비롯해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 유영상 SK텔레콤 사장이 참석했다.
최 회장과 올트먼 CEO의 만남은 이번이 세 번째다. 최 회장은 지난해 1월 방한한 올트먼과 만났고 같은 해 6월 미국 출장 당시 샌프란시스코 오픈AI 본사에서 만나 AI 기술, AI 산업의 미래 등에 의견을 나눴다.
구체적으로 SK하이닉스의 HBM 공급과 SK텔레콤의 AI 데이터센터 건설 등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오픈AI는 미국 브로드컴과 함께 지난해 데이터센터용 맞춤형 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었는데, HBM과 관련해 SK하이닉스와 협력할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또 울트먼 CEO의 AI 전용 단말기와 독자 반도체 개발 구상에도 SK하이닉스의 HBM가 활용될 수 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도 SK하이닉스가 주요 협력 대상으로 거론된다.
스타게이트는 AI 합작사 설립을 비롯해 텍사스주를 시작으로 미국 전역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 핵심이다. 3개 회사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MS), 엔비디아, 소프트뱅크 산하 반도체 설계 기업 ARM 등도 참여 의사를 밝혔고, 지속 확대 중이다.
◇올트먼, 재계 오너 3·4세와 광폭 회동…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설명
올트먼 CEO는 삼성, SK 이외에도 국내 대기업 오너 3·4세들과 만나 스타게이트의 청사진을 비롯해 기업 경영에서의 AI 활용 등을 설명했다.
올트먼 CEO는 이날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 조현상 HS효성 대표, 허윤홍 GS건설 대표, 이규호 코오롱 부회장, 정종환 CJ ENM 콘텐츠·글로벌 사업 총괄, 유우진 LG전자오픈이노베이션 담당 등 기업인들과 오찬 회동했다.
오찬에는 SBVA의 모회사인 디에지오브를 이끄는 손태장 대표도 참석했는데 그는 손정의 회장의 동생이다. SBVA는 2000년 소프트뱅크 그룹 산하의 창업투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로 한국에 설립됐다.
올트먼 CEO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관련해 “향후 AI 인프라 비용 절감과 성능 향상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각국 정부의 AI 기술 도입이 가속화됨에 따라 AI 인프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그는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챗GPT 구독자를 보유한 국가로, AI 기술 적용이 활발한 시장 중 하나”라며 “오픈AI는 에너지, 반도체, 데이터센터 운영 및 AI 인프라 구축 등에서 한국 기업과 협력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챗GPT 구독자 보유” AI 대중화 속도
오픈AI는 한국 재계를 상대로 '스타게이트' 관련 전방위 협력을 요청하는 한편, AI 대중화에도 가속도를 붙였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100개 기업, 개발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공개 워크숍을 개최하고, 국내 최대 메신저 플랫폼 기업, 게임 개발사와도 협업을 추진했다.
오픈AI는 이날 더플라자호텔에서 비공개 워크숍 '빌드 랩'을 개최하고, 올트먼 CEO가 직접 최신 추론 모델인 '딥리서치' 등을 시연했다.
저비용·고효율 모델로 오픈AI의 강력한 대항마로 급부상한 중국 '딥시크'를 견제하고 한국 시장에서의 기업 고객과의 접점, 협력을 공고히 하겠다는 것이다. 뤼튼테크놀로지스, 포티투마루, 라이너 등 국내 생성형 AI 스타트업들도 대거 참석했다.
카카오 간담회에선 정신아 대표와 대담을 나누며 양사의 전략적 제휴에 대한 비전을 밝혔다. 또 김창한 크래프톤 대표도 올트먼 CEO를 만나 게임 속 캐릭터에 AI를 도입하는 CPC(Co-Playable Character)와 생성형AI를 활용한 자동화 기술 등 다양한 방면으로 협력을 논의했다.

올트먼은 서울 일정을 마치고 6일 인도 뉴델리, 7일 독일 베를린을 찾을 것으로 알려졌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 배옥진 기자 withok@etnews.com, 조성우 기자 good_sw@etnews.com, 임중권 기자 lim9181@etnews.com, 박정은 기자 jepark@etnews.com